■ 커뮤니티 ‘원조’ 19일 폐쇄… 누리꾼들 애도 물결 이어져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알린 인터넷 사이트 ‘프리챌’ 화면. 1999년 문을 연 프리챌은 유료화 전환 후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18일 밤 12시에 폐쇄됐다. 프리챌 화면 캡처
18일 오후 5시. 회사원 박모 씨(27·여)는 하던 일을 멈추고 프리챌에 접속했다. 고교 동창에게서 ‘오늘 밤 12시 프리챌이 문을 닫는다’는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서울 명덕외고 11기 출신. 오랜만에 다시 찾은 프리챌 커뮤니티에는 10여 년 전 친구들의 대화록이 그대로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박 씨가 공부하던 불어과 커뮤니티에는 친구 한 명에 대해 댓글로 응원과 칭찬의 선플을 남기는 형식의 게시물이 유행이었다. ‘목소리가 참 귀여운 친구∼^^’ ‘영어도 잘하고 거기다 마당발!’ 박 씨는 친구들의 선플이 담긴 화면을 캡처해 페이스북에 옮겼다. 그는 “이 재미난 게시물이 담긴 프리챌 커뮤니티는 오늘 밤을 기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학생은 세연넷에 프리챌 폐쇄 소식을 전하며 ‘한 줄의 짧은 리플에서 느껴지는 위트, 어떤 백과사전보다 훌륭했던 취업게시판 정보. 계속 생각이 날 듯’이라고 적었다. 일부 졸업생과 재학생은 연정공의 주요 자료와 글을 공유 사이트(www.yonshare.com)로 옮겼다. 이 사이트는 이달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연정공을 즐겨 찾던 졸업생 최모 씨(30)는 “선배들이 남겨놓은 취업, 고시 관련 정보가 한번에 없어지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화동호회 ‘시네마인’ 등 프리챌 전성기에 대형 온라인 동호회로 이름을 날린 모임들도 프리챌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이들은 프리챌 유료화 선언 이후 돈을 안 내도 되는 다른 사이트의 카페로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분량의 자료들이 대부분 프리챌에 남아 있어 새 둥지에선 회원 수가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프리챌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 서비스 종료와 함께 자료를 재생과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검색 포털에는 ‘프리챌’ 연관검색어로 ‘프리챌 백업’이 뜨고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해 게시판, 사진앨범 등을 백업할 수 있다는 정보성 글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컴퓨터에 자료를 내려받지 않았다면 원천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추억을 되살릴 방법이 영영 사라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