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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다]전문가 “해도 너무해… 이런 표절 처음 봤다”

입력 | 2013-02-20 03:00:00

■ 허태열 내정자 표절 논란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연세대 행정학과 이종수 교수의 학술지 논문(왼쪽)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받는 박사학위 논문의 한 부분. 허 내정자 논문은 일부 단어를 한자로 썼을 뿐 이 교수의 것과 토씨까지 거의 똑같다. 취재팀의 요청으로 두 논문을 비교해 본 교수들은 “이렇게 똑같은 논문은 처음이다. 누군가가 대필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1999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에서 연세대 이종수 교수의 학술지 논문 절반가량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의심된다. 논문 서두에 나오는 이론적 배경이 일부 겹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허 내정자 논문처럼 연구방법론과 결론까지 특정 논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해도 너무했다. 이런 표절은 처음 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허 내정자는 이 교수가 개발한 이론 모형을 적용해 이 교수와 똑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하며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까지 그대로 옮겨 적었다. 예를 들어 이 교수가 자기 논문의 한계를 지적하며 “설문의 구성과 분석과정이 복잡하고 분석가 스스로 차원의 수와 이름을 결정해야 한다”고 표현한 부분을 “설문의 구성과 분석과정이 매우 복잡할뿐더러 연구자가 자의적으로 차원의 수와 이름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표현만 살짝 바꾸는 식이다.

영남지역 국립대 A 교수는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는 저자가 고유로 판단하는 부분인데 이것마저 같다면 표절 논란을 피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치인이 학력 세탁을 위해 지적재산을 훔치는 행위는 용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허 내정자가 논문을 대필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연세대 인문계열 B 교수는 19일 취재팀의 요청으로 허 내정자와 이 교수 논문을 비교한 뒤 “표절 사례를 여러 번 봤지만 이 정도로 똑같이 베낀 경우는 처음 본다”며 “정치인이 보좌진이나 대학원생을 시켜 논문을 대필하는 경우가 있는데 허 내정자의 논문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 내정자는 1995∼1999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충북도지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정상적으로 연구하고 논문을 쓰기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 내정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받은 뒤 건국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허 내정자의 표절은 다른 논문을 표절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당선 9일 만에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문대성 의원보다 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 의원은 2007년 명지대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해 국민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땄다는 의혹을 받았다. 문 의원의 경우 연구 주제와 목적 일부가 명지대 논문과 중복됐는데도 참고문헌 표기를 하지 않았으며 오기로 보이는 문구까지 그대로 인용했다.

허 내정자는 19일 취재팀과 전화통화에서 “김대중 정부 때였는데 쉬는 김에 박사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를 좀 했다.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상황에서 대학 측이 논문 제출을 독촉해 미숙하게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논문지도를 해준 후배를 통해 원저자인 이종수 교수를 만나 자문을 받았다. 원저자가 알고 있어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각주를 달지 않은 것은 내가 잘못했다”고 덧붙였다.

▶ [채널A 영상] 단독/허태열 박사논문-학술지 논문 곳곳 비교해보니…

신광영·김준일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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