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석에 조원동 내정… 朴정부 1기 경제팀 특징은
조 경제수석 내정자는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발군의 능력을 보여 온 ‘거시정책통’이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정책조정심의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을 거쳤다.
현오석 부총리 후보자의 경기고-서울대 후배이자 고시 기수로는 9년 후배이다.
부총리와 경제수석이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른바 ‘모피아’라 불리는 옛 재무부 출신들이 이명박 정부 경제팀에 다수 기용된 것과 대조적이다. 기획원 출신들은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과 예산 편성을 맡으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능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른바 ‘혁신’을 강하게 추진하던 노무현 정부 때 기획원 출신들이 대거 중용된 것도 기존 경제시스템을 뒤흔들 기획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박 당선인이 기획원 출신들을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경제위기 극복, 물가안정 등 미시정책에 집중한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면서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등을 중심에 놓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물가, 산업진흥 등은 실무 부처에 맡기고 청와대와 재정부는 국가 비전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라는 당선인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선인이 ‘창조경제’ ‘미래비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한국 경제가 당면한 현실은 중장기 비전만 강조하기엔 만만찮은 상황이다. 7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어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 부총리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조 내정자 역시 추가경정예산의 필요성을 줄곧 주장해 왔다. 조 내정자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경기회복을 위해 추경이 필요할 수 있다”며 “다만 추경을 한다면 복지 등 지속적으로 돈이 나갈 분야가 아니라 경기부양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문병기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