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정무수석비서관 내정자 “소통수석 되겠다”
지난해 4·11총선을 앞둔 3월 30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광주 서을에 출마한 이정현 후보와 함께 지역의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거위의 꿈’ 이룬 호남 비주류 당료 출신
이 내정자는 스스로를 ‘비주류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남 곡성의 ‘깡촌’ 출신이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민주정의당 당직자를 지냈다. 이후 한나라당 당직자의 길을 걸었지만 영남 출신이 주축인 당에서 그는 늘 변방이었다.
그는 2004년부터 9년간 당선인의 공보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2008년부터 박 당선인이 당내 비주류로 힘들었던 시절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한 그는 박 당선인의 ‘대변인 격’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내정자의 휴대전화 컬러링은 2007년 대선 경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다. 이 내정자는 “박 당선인의 원칙·정도·신뢰 정치를 통해 나라 선진화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e메일 주소로 ‘근혜빅토리2007’을 쓰다가 경선 실패 후 ‘근혜빅토리2012’로 바꿀 정도로 박 당선인을 향한 충성심이 맹목적이다.
비주류 인생의 출발점이 됐지만 이제 그의 가장 큰 자산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1995년, 2004년, 2008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주에서 세 차례나 선거에 출마했다. 지난해 총선 때 39.7%의 높은 득표율을 얻기도 했다.
○ 의회주의자? 제2의 경호실장?
당선 이후에는 당선인 정무팀장을 맡아 인선 작업, 당과 언론 소통 창구 등을 담당하며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이번 청와대와 내각 인선을 보면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과 스타일을 그만큼 잘 아는 인사가 없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정무수석실이 이명박 정부의 시민사회수석실 기능을 대부분 통합하면서 역할 자체도 커졌다.
그러나 이 내정자의 앞길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발등의 불이다. 그의 정무수석 내정 이후 민주당은 “제2의 경호실장이 될까 우려스럽다”는 가시 박힌 논평을 내기도 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올해 정부가 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려 했을 때 반대하고 상임위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정부에 호통 친 적이 많았다”며 “정치 인생 전부를 국회에서 보낸 의회주의자”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집사광익(集思廣益)이라는 말처럼 겸손하게 많은 의견과 지혜를 모으면 더 큰 이익을 구할 수 있다”며 “정무수석은 소통수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