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영화 3편 속 남편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내의 외도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들이 최근 잇따라 개봉됐다. 남편들의 불륜이 워낙 비일비재하다 보니, 이젠 아내의 배신쯤은 돼야 영화도 소재로 채택하나 보다. 당신이 지금 이 영화 속 남편이라면 아내의 배반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1단계 : 영화 ‘헨리스 크라임’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야간 매표원으로 일하는 나(키아누 리브스). 어느 날 “야구하러 가자”는 이웃의 불량스러운 친구들과 집을 나섰다가 졸지에 은행털이에 가담하게 된다. 친구들은 다 도망가고 혼자 경찰에 잡혀 쇠고랑을 찬다. 의리 때문에 친구들 이름을 불지 않고 수년간 홀로 복역한 뒤 출소한다.
① 한 마리 순한 양처럼 물건을 챙겨 나온다. 내가 고생해 마련한 집을 아내와 놈에게 넘겨주면서 ‘기부’의 진정한 의미를 실감한다. 동시에 아내의 순조로운 출산과 행복한 미래를 기원한다.
② “이런 저주받을 것들. 집에 확 불을 싸질러 버리고 말 테다”라고 소리치며 경찰서로 달려간다. “은행 강도는 바로 저 자식”이라고 신고함으로써 분노의 1만분의 1이라도 해소한다.
2단계 :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나(브래들리 쿠퍼)는 교사다. 교장과 다툰 뒤 일찍 귀가하니 사랑하는 아내가 웬 남자와 함께 샤워 중. 남자는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못생긴 데다 대머리인 역사교사! 놈을 죽도록 패 준 나는 극도의 우울증에 빠지면서 정신병원에 갇힌다.
① 아내의 외도가 잘못이라기보다는 무식하게 폭력을 휘두른 나의 행위가 더 잘못임을 깨닫고 깊이 뉘우친다. 다시 헌신적인 남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댄스경연대회에 도전함으로써 나의 근면 성실함을 아내에게 증명하는 소중하고 축복된 기회로 삼는다.
② 아내와 역사교사의 신상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개망신을 준다. 동시에 아내가 보낸 편지를 스캐닝해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리고 아내와 역사교사를 저주하는 ‘저주카페’를 인터넷에 만들어 수많은 누리꾼의 참여를 유도한다.
3단계 : 영화 ‘디 아더 맨’
나(리엄 니슨)는 잘나가는 회사의 중역이고 바람이라곤 한 번도 피운 적 없는 성실한 남편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아내의 작은 흔적이라도 가슴에 담기 위해 아내의 노트북 컴퓨터를 연다. 그런데 이건 뭐지? ‘LOVE(사랑)’라는 이름의 비공개 폴더 발견! 폴더를 열어 보니, 이게 웬 날벼락. 아내가 잘생기고 패션 감각까지 탁월한 ‘개 날라리’ 스타일의 스페인 남자와 각종 야한 짓을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사진이 가득하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이때, 난 어쩔 것인가.
① 배신감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일만이 ‘사랑의 완성’임을 되뇌면서 아내와 남자를 용서한다. 그러면서 ‘이런 멋진 놈이라면 아내가 끌릴 만도 하지. 남자를 보는 아내의 눈은 진정 높고도 세련되기만 하지’라며 감명 받는다.
② 6개월 안에 스물두 살 연하의 키 175cm, 몸무게 49kg의 러시아 처녀와 재혼함으로써 아내에 대한 복수를 티끌만큼이라도 완성한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놀랍게도, 이들 영화 속 주인공 남편들은 모두 ①을 택했다. 아, 이젠 영화 속 남편들마저 진정한 ‘해탈’과 ‘무소유’를 실천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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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