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2년 지났지만 모든 책임 서민에게 떠넘겨” 청와대-검찰에 탄원서 추진
“억울한 저축은행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라.”
18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1층 로비에서 50, 60대 여성 10여 명이 시민에게 이 같은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주며 서명을 부탁했다. 이들은 2011년 2월 17일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만 2년이 넘었으나 후순위채 투자자(후순위 채권자)와 5000만 원 이상 예금자는 한 푼도 배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는 약 3000명, 피해액은 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태 이후 부산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원회(부산저축비대위)를 구성하고 3년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800여 명은 지난해 5월 정부를 상대로 490억 원의 국가배상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고검은 지난해 두 차례 심의를 벌였다. 다음 달에는 세 번째 심의가 열린다.
비대위는 2009년 ‘영남알프스컨트리클럽’ 골프장 건설 추진과 관련한 부산저축은행 임원의 배임사건 당시 울산지검의 의견서를 찾아내 국가배상 신청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고검에 제출했다. 이 의견서는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경영을 지적하고 금융감독 기관에 감사통보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는 결국 소액 예금주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금융당국의 감시감독 부재를 나무라기도 했다.
또 지난해 7월 ‘저축은행 비리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도 이끌어냈다. 국정조사에서는 ‘저축은행 부실화는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면서 저축은행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책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정치권에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도 줄기차게 요구해 국회에서 검토되다 지난해 5월 18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5000만 원 이상 예금이나 후순위채 투자에 따른 책임은 개인이 진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직무유기가 사태의 원인인 만큼 국가배상이 마땅하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100여 명은 부산저축은행 초량동 본점에서 매일 4∼6명씩 조를 짜 3년째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 서명운동에 동참한 이복임 씨(63·사상구 덕포동)는 “대부분 나이가 많은 피해자들이 평생 땀 흘려 모은 돈을 받지 못한다면 여생도 힘들 수밖에 없다”며 “반드시 국가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