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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카페]전경련의 헛발질… 기업경영헌장 초안도 없이 공청회 열어

입력 | 2013-02-21 03:00:00


장강명 산업부 기자

“헌장 초안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여기에 뭐가 들어가면 좋겠는가를 토론하는 자리가 돼야 할 텐데 그게 없으니….”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T빌딩 전국경제인연합회 14층 대회의실. 마이크를 잡은 소비자시민모임 김재옥 회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로 알고 그런 방향으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앉은 자리 뒤로는 ‘기업경영헌장 제정을 위한 공청회’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전경련은 21일 정기총회에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기업경영헌장을 통해 명문화할 계획이다. 1996년 기업윤리헌장을 발표한 뒤 국내 대기업들이 17년 만에 뜻을 모아 사회에 약속하는 것이다. 새 헌장에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실천과 근로자 권익 보호 등 7개 조항이 들어갈 예정이다. 세부 가이드라인에는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 3차 협력사들과의 납품 관행도 개선하며, 골목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발표 시점을 이틀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도 헌장 초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자, 소비자, 중소기업, 환경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지정토론자들이 ‘무슨 논의를 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시할 만했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초안에 대해 각 주체가 의견을 제시하는 걸로 이해했는데 구체적인 틀이 없다고 하니 그냥 중소기업 부분을 얘기하겠다”고 넘어갔다. 이시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공청회라고 하면 통상 안이 나와 있고 그에 대한 의견을 토론하는 건데 이렇게 해놓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고 할까봐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물론 정병철 상근부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차기 상근부회장에 내정된 이승철 전무도 오지 않았다. 전경련 유관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현진권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개인 사정이 있다”며 지정 토론에서 가장 먼저 발언하고 자리를 떴다. “토론이 대단히 뜨거웠다”는 백기복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의 마무리 발언이 민망하게 들릴 지경이었다.

전경련 측은 “초안을 놓고 공청회를 하려 했으나 회원사들과 문구 조율이 안 이뤄져 내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대기업이 아직 진정으로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생각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선중규 과장의 발언에 속으로 공감했을 것 같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