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선서를 하고 있다. 그는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충실히 행사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책임총리 권한 충실히 행사할 것”
정 후보자는 책임총리의 핵심 역할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보좌, 제청권 실질 행사를 꼽았다. 그는 특히 “총리에게 부여된 헌법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충실히 행사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처리가 늦어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당선인이 ‘어떻게 하면 공약을 잘 이행할까 (하는 고민으로) 잠이 잘 안 온다’고 하더라”며 “국민이 어떤 분을 선출했으면 국정운영을 맡겨 주시고 다음에 평가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제 확정이 안 된 부처 장관 인선을 강행한 것은 실정법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시면 이런 사람(장관)에게 맡기겠다’는 선의로 해석해 달라”고 답했다.
정 후보자가 지명 후 했던 “보통사람”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후보자를 보통사람이라고 여기는 분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정 후보자는 “과거의 궤적은 보통사람이고, 지금 마인드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변호사 시절) 2년간 10억 원을 받은 후보자가 보통사람이냐”고 따지자 “10억 원은 잘못된 통계다. 6억7000만 원 정도 된다”고 답했다. “사법시험을 통과해 검사 30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했는데 보통사람은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저는 평범과 비범의 세계를 경험했다. 보통사람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 “유신헌법은 반민주 조치”
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차분한 태도로 때로는 소신 있게, 때로는 어물쩍 답변했다.
그러나 “장관 제청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하자 종합 백화점’이다”라는 지적에는 “긍정적인 점도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답하거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저축은행 대량인출 사태 때 2억 원을 인출했다고 한다”고 하자 “뭐라고 답할 수가 없다”고 피해나갔다. 정 후보자는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느냐’ ‘대학 진학률이 얼마나 되느냐’ 같은 질문이나 구체적인 정책 질의에도 “인수위에서 조정하고 있다”거나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못해서…”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 “배우자는 지금도 봉사 중”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핵 보유론에 대해서는 “핵 관계 조약에 가입한 우리 입장에서는 핵 보유는 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또 “종북적인 것은 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 방안과 관련해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최대한 빨리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 3·4과장을 지냈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주택 지분 매입 제도 등을 활성화해 우선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총리 주도로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에는 “아주 적절한 지적이다. 그것이야말로 총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민동용·이남희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