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경기인 출신 첫 맞대결 “故 민관식 22대 회장, 역대 최고 업적”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수장으로 여름 및 겨울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때 대한민국을 대표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는 국가 단체의 대표로 총회에도 참석한다. 회장은 1년 예산 약 1700억 원을 주무르며 산하 55개 정가맹 단체와 3개 준가맹 단체 등 58개 단체를 관장한다. 국내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전국체전도 회장이 총괄 지휘한다. 스포츠 정책 입안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지만 정부를 대신해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제반 실무를 모두 책임지고 있어 영향력이 크다.
대한체육회장 자리는 스포츠의 최고 경영자로 각광받는 데다 최근 국제스포츠 이벤트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라 탐내는 사람이 많다. 과거 정치인과 경제인, 관료가 대세였고 이번에 비로소 경기인 출신이 사상 처음 양자 대결을 하게 돼 관심을 끌고 있다.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든 김운용 회장(제31, 32, 33대)은 스포츠외교로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고 정주영 제27대 회장은 현대그룹 회장으로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했다. 이연택 회장(제34, 36대)은 진천선수촌을 건립했다. 박용성 현 회장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란 공적을 남겼다. 역대 최악은 정치인 출신 김정길 제35대 회장. 당시 대표적인 노무현 정권의 ‘코드 인사’로 스포츠에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체육회 수장으로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했고 정권이 바뀐 뒤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인사 갈등으로 물러났다.
스포츠인들은 ‘스포츠의 정치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그동안 체육회는 물론 산하 경기 단체가 돈과 권력 등에서 열세라 정치인에 기댄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 회장들은 본업은 제쳐두고 자신의 이미지 제고에만 관심을 둔 경우가 잦았다. 특히 정치인이 스포츠계에 들어오기 위해 파벌을 조성하면서 체육계가 사분오열한 사례도 있었다. 한 스포츠계 거물 인사는 “스포츠인의 정치화도 큰 문제다. 스포츠 전문가들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는데 정치권이란 힘에 기대어 순수성을 망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가 정치화되는 것은 이런 스포츠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