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北에 통관강화 통보
中 압록강변 北화폐 판매 중국 랴오닝 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옆의 압록강변에서 중국 상인들이 북한 화폐를 판매하고 있다. 최고액권인 5000원부터 동전까지 모든 종류 한 세트에 20위안(약 3400원)이며 흥정으로 깎을 수도 있다. 단둥=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아킬레스건 건드린 중국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60억1000만 달러(약 6조4703억 원)로 남한과의 교역액을 제외한 북한 전체 무역액의 90%(2011년 89.2%)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국내총생산(240억 달러 추정)의 25%다. 중국이 통관에 손을 대는 건 북한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중국이 묵인해 왔던 불법 물품 반·출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단둥으로 건너온 북한 트럭들은 대부분 당 간부 등이 주문한 고기나 과일 등 생필품을 검역 절차 없이 박스로 포장해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숨겨 돌아간다. 검역을 강화하면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 무역상은 “북한 지도부로서는 매우 괴로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실험 이후 ‘북한 리스크’가 커져 대북 교역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 대북 무역상은 “조선(북한) 사업이 항상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동안 안 했던 한국 무역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 “北 사업가 현금 인출 금고 보관”
중국 내 북한인들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 가능성에 술렁이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많은 북한인 사업가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금고에 보관하거나 조선족 파트너에게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100달러당 북한 돈 50만 원 안팎이던 평양시내의 암시장 환율이 지난해 말 100만 원까지 올라 1년 사이 화폐 가치는 반 토막 났다. 최근에는 85만 원 안팎으로 떨어졌다가 90만 원대로 다시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환율 급등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과 연말 상납금을 달러로 마련하기 위해 달러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이 실질적인 제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달러 대비 환율이 더 오를 것(북한 원화 가치 하락)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제재 강도 단계적 강화 경고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핵실험 이후 점증하는 국제사회의 ‘중국 책임론’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저자세로 일관하면 더 큰 압력에 직면하거나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비교적 낮은 단계의 제재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번 통관 강화 카드를 통해 향후 추가 제재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북한에 조치 내용을 공식 통보함으로써 향후 사태 전개 과정에서 높은 단계로 강도를 높여 가며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20일 서울에서 열린 ‘아산핵포럼 2013’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한동안 중단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을 끝까지 밀어붙일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중국은 자국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한반도 평화 유지와 비핵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올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해 평화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둥·다롄=고기정,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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