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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관 늦어지면 물동량 급감… 北경제 큰타격

입력 | 2013-02-21 03:00:00

■ 中, 北에 통관강화 통보




中 압록강변 北화폐 판매 중국 랴오닝 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옆의 압록강변에서 중국 상인들이 북한 화폐를 판매하고 있다. 최고액권인 5000원부터 동전까지 모든 종류 한 세트에 20위안(약 3400원)이며 흥정으로 깎을 수도 있다. 단둥=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중국의 대북 통관 강화 조치는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대외교역에 언제라도 메스를 들이댈 수 있음을 보여준 실력행사로 풀이된다. 특히 제재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해 북한의 추가 행동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 아킬레스건 건드린 중국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60억1000만 달러(약 6조4703억 원)로 남한과의 교역액을 제외한 북한 전체 무역액의 90%(2011년 89.2%)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국내총생산(240억 달러 추정)의 25%다. 중국이 통관에 손을 대는 건 북한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북 교역창구인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는 이번 조치가 즉각 양측 무역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은 양측 간 특수관계를 감안해 통관이나 검역이 엄격하지 않았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통관을 강화하면 다리를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둥 해관은 오후 6시까지 통관 절차를 끝내지 않은 차량은 지금도 과징금을 물리는데 통관이 강화되면 중국으로 화물을 싣고 온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중국이 묵인해 왔던 불법 물품 반·출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단둥으로 건너온 북한 트럭들은 대부분 당 간부 등이 주문한 고기나 과일 등 생필품을 검역 절차 없이 박스로 포장해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숨겨 돌아간다. 검역을 강화하면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 무역상은 “북한 지도부로서는 매우 괴로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실험 이후 ‘북한 리스크’가 커져 대북 교역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 대북 무역상은 “조선(북한) 사업이 항상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동안 안 했던 한국 무역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 “北 사업가 현금 인출 금고 보관”

중국 내 북한인들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 가능성에 술렁이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많은 북한인 사업가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금고에 보관하거나 조선족 파트너에게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 주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이래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평양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장마당(시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동원해 북한으로 가는 생필품 공급량을 줄이면서 장사꾼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100달러당 북한 돈 50만 원 안팎이던 평양시내의 암시장 환율이 지난해 말 100만 원까지 올라 1년 사이 화폐 가치는 반 토막 났다. 최근에는 85만 원 안팎으로 떨어졌다가 90만 원대로 다시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환율 급등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과 연말 상납금을 달러로 마련하기 위해 달러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이 실질적인 제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달러 대비 환율이 더 오를 것(북한 원화 가치 하락)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제재 강도 단계적 강화 경고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핵실험 이후 점증하는 국제사회의 ‘중국 책임론’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저자세로 일관하면 더 큰 압력에 직면하거나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비교적 낮은 단계의 제재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핵실험 뒤 악화된 중국 내 반북(反北) 여론이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제스처를 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콩 펑황(鳳凰)TV의 시사평론가 롼츠산(阮次山) 씨는 17일 “북한에 대한 원조 규모를 반으로 줄이거나 취소해 김정은에게 심한 고통을 줘야 한다”며 중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번 통관 강화 카드를 통해 향후 추가 제재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북한에 조치 내용을 공식 통보함으로써 향후 사태 전개 과정에서 높은 단계로 강도를 높여 가며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20일 서울에서 열린 ‘아산핵포럼 2013’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한동안 중단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을 끝까지 밀어붙일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중국은 자국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한반도 평화 유지와 비핵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올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해 평화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둥·다롄=고기정,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koh@donga.com

▶ [채널A 영상] “중국 내 북한 일꾼들, 불안감에 통장 잔액 모두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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