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亞중시’ 변화 조짐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 시간) 케리 국무장관이 24일 워싱턴을 떠나 다음 달 6일까지 10박 11일 동안 유럽과 중동 9개국을 잇달아 방문한다고 밝혔다. 뉼런드 대변인이 브리핑 도중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고 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 여행 일정표는 영국을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순이다.
케리 장관이 9개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논의할 주요 내용도 대체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 현안이다.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에서는 양자 및 다자 관계를 통한 글로벌 이슈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케리 장관이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보냈던 베를린에서는 그곳 젊은이들과 함께 미국-유럽 관계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도 보낸다.
뉼런드 대변인은 “케리 장관은 최근 ‘아랍의 봄’ 이후 급진주의 세력의 도전과 그 지역의 불안한 민주주의 상황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며 “중동 및 유럽 국가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취임 직후 한중일 3국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던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임기 초에 아시아 지역을 분명히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케리 장관의 순방 일정) 발표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되살리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시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새 국무장관의 첫 순방지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가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는 것.
뉼런드 대변인은 “케리 장관은 아직 연립정부 구성작업을 진행하는 이스라엘과 인근 팔레스타인 라말라 지역을 방문하지 않고 올봄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 때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5일 뉴욕타임스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2기 정권 출범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이스라엘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