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임명’ 못박기전 불평등 해소 먼저
강유현 산업부기자
40대인 중소기업 여사장 B 씨는 “사장 오라고 해”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고 했다. 사장이 젊은 여자라니 “대금 받으려면 사장이 직접 받아 가라”고 버티는 거래처가 많았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상한 B 씨는 일부 거래처와는 계약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A, B 씨처럼 일선 현장에서는 아직도 승진이나 경력관리, 영업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는 여성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에는 공공기관 여성 임원을 5년 내 30%까지 늘리라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가사(家事)에만 매달리기 십상인 여성 노동력을 끄집어내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17년 전인 1996년 정부는 채용 단계에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공공기관 여성채용목표제를 도입했다. 3년 뒤에는 군가산점을 폐지해 여성 입사가 급격히 늘었다. 당시에도 문제점은 있었고, 지금과 비슷한 진통도 겪었다. 역차별 논란이 일자 2003년에는 어느 성별이든 입사자의 7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도입됐다.
여성 임원 비율 확대도 마찬가지다. ‘맞지도 않는 옷’(30% 목표)에 억지로 몸을 맞추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지만 여성의 성장을 돕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필요하다.
취재하는 동안 양성 평등이라는 말을 여성에 대한 ‘특혜’로 해석하거나, 여성 임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편승해 무임승차를 바라는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자 선배들을 보며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이 성공하기 위한 ‘거름’을 주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유현 산업부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