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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안의사 차량에 GPS 몰래 부착… 다른 장의업체보다 먼저 시신 확보

입력 | 2013-02-22 03:00:00

소방본부 통신망 불법도청… 사설구급차량에 알려주기도
장의업자 등 15명 적발




각각 장의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42)와 전모 씨(40)는 변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서로 시신을 자신의 장례식장으로 옮기려다 자주 충돌했다. 장례식장 사용료와 시신 안치 및 운구비용, 식대, 장의용품 판매 등 총 장례비용만 800만∼1000만 원이 되기 때문이다. 둘은 지난해 8월경 “이제 같이 먹고살자”며 싸움을 접기로 했다. 전 씨는 장의용품 판매 수익을, 나머지는 김 씨가 갖기로 했다.

문제는 돈 욕심이 과한 데서 비롯했다. 김 씨는 시신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달 부산 해운대 정보통신기기 판매점에서 위성항법장치(GPS)를 구입했다. 이를 부산지역 검안의사 3명의 차량 범퍼에 몰래 부착했다. 검안의사는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과 함께 현장에 나가 사망 원인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동선만 파악하면 다른 장의업체보다 먼저 시신을 확보할 수 있다고 김 씨는 생각했다.

김 씨는 사설 구급차 운전사 10명을 매수한 뒤 GPS와 연동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검안의사들의 위치를 추적했다. 이런 방법으로 두 차례 시신을 운구해 자신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둘은 한술 더 떠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부산 해운대 사무실에 도청상황실을 만들어 24시간 동안 119 소방본부의 전기통신망을 불법 도청했다. 부산시내 주요 지역에 대기하고 있던 사설 구급차량에 변사 사건 등을 알려줘 119구급대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장례 20여 건을 치러 2억 원가량의 이득을 올렸다. 이들의 불법행위는 검안의사 김모 씨가 지난해 12월 17일 차량 소음 문제 때문에 정비소를 찾아갔다가 뒤 범퍼에 GPS가 달린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이 났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위치정보의 보호와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김 씨를 구속하고 전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도청상황실 직원과 구급차 운전사 1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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