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암을 딛고 코트에 복귀한 인삼공사 한수지(4번)가 20연패를 끊으며 부담감을 털고 6라운드의 활약을 다짐했다. 20일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동료들과 환호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갑상선암 이기고 배구인생 2막
수술 두달만에 복귀 그러나 발목부상
세터 부재속 KGC 20연패 곤두박질
우승때 만큼 기뻤던 99일만의 승리
“배구는 정직…프로 7년 값진 깨달음”
‘13년간 해온 운동을 더 이상 못하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하지?’
10월 초 시즌을 앞두고 모든 선수들이 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구단이 불렀다. 재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설마 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조직검사를 받았다. 갑상선 암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빨리 수술을 받아야 했다. 팀 숙소가 있는 대전에서 멀리 떨어진 원주까지 간 이유였다.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그에게 간호사들은 안심을 시켰다. 장난도 함께 치며 즐거운 얘기를 들려줬다. 마취에 들어간 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2시간 뒤 눈을 뜬 그에게는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두 달 동안 힘든 회복기간을 겪었다. 어머니가 곁에서 병 수발을 들었다. 같은 팀에서 뛰는 언니(한은지)를 포함한 가족들이 많은 걱정을 했다. 건강할 때는 몰랐지만 아프고 나니까 새삼 안 것이 있었다. 가족의 사랑과 건강 그리고 운동의 소중함이었다.
병원에서는 처음으로 스포츠 선수에게 한 암 수술이라고 했다. 흔하지 않은 케이스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수술 이후 두 달에 한 번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지만 견딜만하다. 한동안 먹는 것도 가리며 조심했지만 지금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하고 있다. 젊기 때문에, 그리고 일반인보다 좋은 체력을 가지게 해준 배구라는 운동 덕분에 빨리 예전으로 돌아왔다.
“그때 빨리 1승을 해서 팀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니었다.”
배구는 정직한, 그래서 이변이 드문 경기였다.
2라운드부터 코트에 복귀했다. 모두들 기적이라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했다. 원포인트 블로커로 투입되다 또 탈이 났다. 발목을 다쳤다. 마음이 앞선 그에게 준 경고였다. 4라운드까지 기다렸다가 제 자리로 투입됐다. 팀은 연패를 거듭했다. 20연패까지 내달렸다.
인삼공사는 20일 인천 원정에서 흥국생명을 잡고 간신히 연패를 끊었다. 딱 99일만이었다.
프로생활 7년 차. 벌써 4번째 유니폼을 입었다. GS칼텍스에서 현대건설로 이적한 뒤 흥국생명을 거쳐 인삼공사 선수가 됐다. 흥국생명은 3각 트레이드를 통한 서류상 소속팀이지만 그래도 6개 팀 가운데 4개 팀을 거쳤다.
“처음에는 이적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덕분에 많은 선수도 알게 됐다. 지금 내게 친정팀은 없다. 모두 상대팀일 뿐이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팀이 내 팀이다.”
한수지는 장점이 많은 세터다. 장신(182cm)에 공격력을 갖췄다. 토스도 성격만큼이나 긍정적이고 공격적이다. 인삼공사 이성희 감독은 성격이 급한 그에게 차분하게 경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세터는 토스에 성격이 나타난다”면서 한수지도 인정했다.
“이제 연패에 대한 부담은 털었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많이 올라 있다. 6라운드에서는 부담감 없이 많이 이겨보고 싶다.”
프로에 와서 정규리그 1위, 우승 각각 한차례씩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배구를 알 나이다. 한수지는 배구를 이렇게 말한다.
“갈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것도 알지만 그렇게 잘 되지 않는 게 배구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