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먹거리X파일의 X파일]냉면 싫어하는 김PD 열그릇 연속시식 만에 “이 맛은 왜 다르지?”

입력 | 2013-02-23 03:00:00

조미료 냉면육수의 비밀에 닿기까지




‘먹거리X파일’ 팀의 김군래 PD는 냉면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말까지는 확실히 그랬다.

“어유, 말도 마세요. 물냉(물냉면), 비냉(비빔냉면), 회냉(회냉면)…. 하다못해 수냉(수박냉면)까지. 점심만 다섯 끼씩 먹었으니까요. 전부 냉면으로.”

지난해 8월 전파를 탄 ‘냉면육수의 비밀’은 ‘X파일’ 사상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주제 중 하나다. 말 그대로 ‘맛을 돕는’ 조미료만으로도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전달했으니까.

취재 때 얘기다. 원래 김 PD는 냉면을 즐기지 않았다. 그 맛에 도대체 왜들 열광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육수를 안 마시고 육수를 취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 PD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서울 4대 냉면’을 포함해 70곳 넘는 냉면집을 조연출과 함께 돌았다. 과연 그 국물들이 ‘고기 육(肉)’자가 들어간 ‘육수’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첫 끼는 제가 물냉면, 조연출이 비빔냉면을 시킵니다. 다음 집에 가면 제가 비빔냉면, 조연출이 물냉면을 시키죠. 똑같은 걸 연달아 먹게 되면 너무 힘드니까요. 그 다음 집에선 회냉면이든 수박냉면이든 다른 걸 시킵니다. 아무리 메뉴를 다변화해도 냉면은 냉면. 그 정도 먹으면 물리게 돼 있죠.”

냉면 가락이 목 끝까지 차오를 때면 조용히 국물만 몇 모금 마시고 나오기도 했다. “대개 (장사가) 잘되는 집들이라 우리가 많이 남기든 말든 신경 쓸 여력도 없어 보이더군요.” 그런 집에서는 종업원에게 국물 맛의 비밀을 넌지시 물어봤다. ‘와, 여긴 뭐로 이런 국물 맛을 내요?’ 나중에 안 거지만 조미료로 맛을 내는 집들은 하나같이 같은 대답을 내놓더란다. “아, 이거 비밀이에요.” “사장님만 알아요.” “쉿.”

안 그래도 냉면이 싫었던 김 PD는 열 곳째에서 드디어 연속 시식의 한계에 도달했다. 냉면이라면 쳐다만 봐도 싫었다. 그러나 ‘해탈’의 날은 왔다. 조미료가 아니라 진짜 고기와 사골로 맛을 낸 육수를 만난 것. 그는 “‘이래서 사람들이 냉면을 찾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신선했다. 정말 맛있었다”고 털어놨다. 김 PD는 방송 이후에도 그 맛을 못 잊어 그 집을 계속 찾아갔다고 했다.

김 PD는 ‘냉면육수…’ 편을 지금껏 가장 발품을 많이 판 취재로 기억했다. 육수는 사실 조미료 국물일 뿐이라는 한 조리장의 고백을 접한 게 모든 사태의 발단이었다. “취재를 하면서 ‘조미료는 신이 준 선물’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공감이 갔어요. 화학조미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아있죠. 하지만 유·무해를 떠나 음식 본연의 맛을 알지 못하게 하는 건 분명 문제라고 봐요. 신선한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제대로 느끼는 것은 돈을 지불하고 먹는 사람의 권리죠. 그런 식문화가 정착됐으면 합니다. 저도 ‘진짜 냉면’을 먹어 보고서야 냉면을 사랑하게 됐으니까요. 저희 제작진이 MSG(인공 조미료) 사용에 대해서만은 여전히 결벽처럼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