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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방형남]박근혜 청와대의 안보 쌍두마차

입력 | 2013-02-23 03:00:00


방형남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는 국가안보를 외교에 앞세운 체제로 출발한다. 차관급인 외교안보수석실 위에서 안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장관급 국가안보실이 변화의 핵심이다. 군사안보 또는 국방을 의미하는 좁은 시각의 ‘안보’를 평화 통일 번영 등 국가의 핵심가치와 이익을 보호하는 포괄적인 ‘국가안보’로 넓혀 대처하려는 전략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을 사흘 앞둔 어제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새 정부의 안보 중시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안보체제 진화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시행착오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국가안보실장의 등장은 바람직한 변화다. 이 대통령은 재임 5년간 외교가 우선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외교안보수석’의 보좌를 받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강력한 조정권을 행사하며 외교안보 부처를 충성스러운 집행기관으로 만들었던 노무현 청와대 체제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었지만 부작용이 컸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때는 총괄 조정자의 부재(不在)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 대통령은 북한에 충분한 경고를 보내지 못했고 국민을 안심시킬만한 결연함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청와대 안보체제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안보는 무엇보다 통일된 지휘체계가 필요한 분야다. 북한의 무력도발 같은 긴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관련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상황을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연계돼 있어야 한다. 외교안보수석이 대통령비서실장 휘하에 들어가 국가안보실장과 떨어져 있는 구도는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내정자가 최상의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도 가볍지 않다.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국방장관 시절인 2007년 미국과 ‘2012년 4월17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합의한 장본인이다. 전작권 전환 일시는 한국의 요구로 2015년으로 연기됐다. 김 내정자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힘을 받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 주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 내정자는 유럽과 다자외교에 밝지만 한국외교의 핵심인 대미(對美) 대중(對中) 교섭 경험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흔히 인사, 조직 및 시스템, 정책과 전략을 국정운영의 3대 요소로 꼽는다. 새 정부 외교안보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북한의 핵실험 대응이다. 북한이 ‘남한 최종 파괴’ 협박을 하는 긴박한 상황을 헤쳐 나갈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핵무장론’까지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가 물러터진 대응을 하면 북한은 내키는 대로 사고를 쳐도 큰 탈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현실이 된 북핵 위기 앞에서 한국이 주저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누가 대신 몽둥이를 들겠는가.
대통령에게 직언할 참모 있을까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노 전 대통령의 전작권 전환 추진에 대해 청와대의 한 참모가 조목조목 반대론을 제기했다. 기분이 상한 노 전 대통령은 “무슨 놈의 참모가 대통령을 훈계하려고 달려드느냐”며 역정을 냈다. 누가 옳았는지는 오늘날의 상황이 말해준다. 박 당선인은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내가 약속하면 여러분은 지켜야 한다”는 말을 했다. 차기 청와대 참모들이 몸을 사리고 직언을 하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처럼 위험한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대통령이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적 정책을 건의하는 것도 참모의 몫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탄도탄 사거리를 800km로 늘린 것은 청와대 참모들의 건의와 노력 덕분이다.

우리가 직면한 안보상황은 청와대 안보체제의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안보팀은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실전에 돌입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