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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아베, 北 핵도발 강경대응 재확인

입력 | 2013-02-23 03:00:00

■ 미일정상 외교-경제현안 논의
오바마 “영토분쟁 외교적 해결책 지지”… 아베 “강력한 대북 금융제재 필요”
美하원, 고노담화 수정 우려 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정상회담에서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미일 안보동맹을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오바마 2기 행정부와 아베 내각 출범 후 모두 처음 갖는 외국 정상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아왔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공조 방안,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갈등에 대한 양국 협력,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1차 회담에서는 외교안보 현안이 주로 논의됐으며 공동 기자회견 후 가진 2차 오찬 회담에서는 경제 이슈가 집중 논의됐다.

양국 정상은 우선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국제사회 의무 위반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방안 마련에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만큼 이날 회담에서 북핵 대응 방안에 대한 충분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북한의 해외 송금 차단 등 강력한 대북 금융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강력한 방어 태세를 유지하고 한국 일본, 역내 다른 나라와 군사훈련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과 한국, 일본의 긴밀한 협력,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지원과 투자, 유엔과 국제 공동체 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언급하고, 이 지역에서 미국과 함께 ‘법의 지배’ ‘항해의 자유’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영토분쟁에서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평화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미국은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일방적 조치나 강제적 행동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일본의 TPP 참여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아베 총리는 TPP 참여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다가 최근 들어 “관세 철폐에 예외가 인정된다면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변화된 태도를 보여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회복을 위한 엔저 정책을 지지한다”는 의사도 밝혔다.

한편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뉴욕),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21일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미국 주재 일본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의 새 내각과 아베 총리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이 미국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런 역사적 책임을 명백하고 분명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인단체들에 따르면 두 의원은 조만간 하원에 제2의 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한편 아베 총리가 21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국내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 등 아시아 이웃국가들과 영토분쟁을 벌인다”고 발언한 데 대해 중국이 크게 반발했다.

중국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한 국가 지도자가 이웃나라를 뻔뻔하게 왜곡 공격하고 역내 국가 간 적대감을 부추기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