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당국자-현역의원 19명 참석 ‘다케시마의 날’ 정부행사로 치러… 행사장 밖서 한국시민단체 항의
일본이 22일 시마네(島根) 현 마쓰에(松江) 시에서 차관급 고위당국자와 현역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현민 회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지방자치단체인 시마네 현이 주관했지만 일본 정부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해양정책·영토문제 담당 내각부 정무관이 참석해 사실상 정부 행사로 치러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청년국장 등 여야 현역 국회의원 19명도 500명의 우익단체 회원 및 주민들과 함께 행사장 자리를 지켰다.
이 행사에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무관 파견은 정부의 대처 자세를 보여주기 위한 의미도 있다. 일본 국민 모두가 다케시마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권의 국가공안위원장을 지낸 마쓰바라 진(松原仁) 의원은 “미국도 중국도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억지주장을 폈다. 그는 지난해 8월 15일 민주당 각료로는 처음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행사 도중 청중석에서는 “한국은 도둑”이라는 구호도 나왔다.
시마네 현은 이날 다케시마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가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격상해야 한다는 요망서를 채택했다. 미조구치 젠베에(溝口善兵衛) 시마네 현 지사는 “지난해 여름 이명박 대통령의 다케시마 방문 이후 정부의 대응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독도와 가장 가까운 오키노시마(隱岐の島)의 마쓰다 가즈히사(松田和久) 촌장은 자위대 상주와 해상보안청의 대형 순시선 배치를 요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기자 130여 명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행사장 바깥에서는 일본 경찰 400여 명이 삼엄한 경계를 펴는 가운데 항의하는 한국 시민단체와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 간의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독도수호전국연대 최재익 회장 등 회원 7명은 다케시마 자료실 근처에서 ‘일본은 독도 침략 행위를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펼치고 태극기를 계속 크게 흔들었고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일본 우익단체 회원 10여 명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독도수호대 김점구 대표는 ‘다케시마는 한국 영토인 독도’라고 적은 전단을 뿌리다 우익단체 회원들에게 멱살을 잡히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일본 경찰의 즉각적인 격리 조치로 더이상의 불상사는 없었다.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 등 일본 극우단체는 아침부터 버스 10여 대를 동원해 마쓰에 시 전역을 돌며 시위를 벌이고 별도 집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박 당선인의 취임을 불과 사흘 앞두고 열려 한일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르면 다음 달 독도 영유권 기술을 강화한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갈등이 증폭될 소지가 있다.
이날 우익들의 거리 행진을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는 주민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행사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마쓰에 시의 유명 관광지 호리카와 운하의 유람선 관계자들은 “오후에도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맞을 예정”이라며 이번 행사의 파장을 우려했다.
마쓰에=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