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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새학기, 착한 친구가 생길거예요

입력 | 2013-02-23 03:00:00

◇착한 너구리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홍성지 그림·유혜자 옮김/76쪽·9000원·주니어김영사




‘다니’라는 이름을 가진 너구리가 주인공입니다. 몸은 제법 통통한 편인 데다 짧은 팔다리에 행동은 조금 둔하지요. 그리고 이제 막 친구를 사귀기 시작한 것이 분명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너구리 다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라 내내 웃음 짓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 읽은 뒤 아직은 행동이 딱 떨어지지 않고 자기표현도 서투른 꼬마 남자아이가 보여요. 언제고 놀이터나 골목길, 횡단보도나 문방구 앞에서 만났던 꼬마입니다. 작가가 디자인을 하던 사람이라 그럴까요? 배경과 너구리의 행동, 생김새, 숲 속 풍경과 물건들, 음식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듯합니다.

1984년에 안데르센 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을 받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쓴 이야기입니다. 그는 언제나 평범하면서도 기발하고, 익숙하면서도 미래에 맞닿은 동화로 독자들을 기분 좋게 일깨워주는 작가입니다. 이 책에 실린 짧은 네 편의 글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합니다. 다니는 우리 주변에 늘 있는 일곱 살이나 여덟 살 아이들이 할 법한 행동을 하지요. 다니가 맞닥뜨리는 상황 역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입니다. 때로 얄미운 친구를 어쩔 수 없이 도와줘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기대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고, 진짜 영웅이 된 듯한 기분에 으쓱해지는 사건도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다니의 마음입니다. 적절한 판단을 내리거나 그것을행동으로 옮기는 데 그 착한 마음이 마법처럼 실력을 발휘합니다. 서투르고 엉뚱해 보일지 몰라도 다니는 세상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갈 힘이 있는 친구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입학하는 친구들도 있겠지요. 그들이 처음 세상을 다니와 같은 마음으로 만나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또 다니와 똑 닮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렵고 외로운 교실 안에서 착한 마음으로 힘이 되어줄 다니를 소개합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