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딜레마/노암 와서먼 지음·이형욱 옮김/608쪽·3만5000원·에코리브르
에코리브르 제공
저자(사진)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3600여 개의 신생 기업 경영진 1만9000명을 설문조사했다. 창업을 둘러싼 미국과 한국의 환경 차이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게 읽힐 수 있는 것은 창업 전 경력과 동업자와의 관계, 펀딩 방법 등을 세세히 들여다본 탄탄한 사례 연구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벤처창업이 붐을 이뤘다가 거품이 빠지고 다시 회복되는 경기순환 전 단계를 살펴볼 수 있다.
창업자와 벤처 투자가로 현장을 누빈 저자는 현재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책과 같은 제목의 강의를 하고 있다. 책은 주로 기술과 생명과학 분야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블로거, 서클스, 스마틱스, 애플, 오데오, 판도라 같은 유명 기업의 사례를 많이 담았지만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재미난 창업 이야기는 아니다. 통계와 설문을 엮어 교과서적으로 집필했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뻔한 얘기도 적지 않다.
설문 문항과 관련 데이터가 포함된 부록이 100쪽을 차지하고 본문만 500쪽에 달한다. 이 두꺼운 책을 그냥 베개로 쓸지, 성경 속 야곱의 돌베개처럼 창업을 위한 참고서로 제대로 활용할지는 독자의 참을성에 달렸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