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김지은 이상희 최현미 한미화 지음/264쪽·2만3000원·시공주니어
2002년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의 그림책’에 뽑힌 류재수 작가의 ‘노란 우산’(위). “시각적 이미지 그 자체의 즐거움을 안겨 주는 그림책‘이란 평을 받았다. 아래 왼쪽은 곽영권 작가의 실크로드 현지 스케치를 바탕으로 작업한 ‘사자개 삽사리’, 오른쪽은 전통 민화와 풍속화 기법으로 사물을 정갈하게 표현해낸 권윤덕 작가의 ‘만희네 집’.
김재홍 작가의 ‘동강의 아이들’은 뭔가에 쫓기듯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을 붙잡는다. 심지어 책을 옆으로 놓아야 읽을 수 있다. 봉긋하게 솟아 강물에 반사된 바위의 형상에는 일하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은 엄마의 얼굴이 누인 채 그려져 있다. 실눈을 뜨고 보면 컴컴한 숲 속에 소쩍새도 숨어 있다. 한마디로 ‘글자 읽기는 조금 제쳐두라’는 작가 특유의 그림체를 알아야 그림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림책 평론집이자 작가 담론이지만 책에 실린 삽화와 구상 단계의 스케치 등 그림 자료가 풍부해 지루하지 않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신동준 윤미숙 고경숙 작가의 작품이 비중 있게 실려 최근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 그림책의 화풍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책은 우리 그림책이 세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동양적 화풍과 전통적 소재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로 주목받았다고 설명한다. 윤미숙 작가의 ‘팥죽 할멈과 호랑이’, 동양화를 전공한 박철민의 ‘육촌형’이 그 예다. ‘육촌형’은 세밀한 묘사와 거친 붓질로 민족 분단의 비극을 탁월하게 풀어냈다. 2008년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한 이수지의 ‘파도야 놀자’는 보편적인 소재로 글로벌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작품의 푸른색과 검은색으로 표현된 그림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림책 작가들의 녹록지 않은 작업 뒷이야기도 가슴 뭉클하다. 여전히 그림책을 휘리릭 넘길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곁들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헝클어진 작가의 책상, 어수선한 자료와 아이디어 수첩, 수없이 스케치와 채색을 반복하는 작가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그림이 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이 450여 장에 이른다.
김환영은 장쾌하면서도 곰살맞은 화풍으로 유명하다. 1999년 2월 ‘나비를 잡는 아버지’ 의뢰를 받고 1년 동안 밑그림을 그렸다. 출판사는 좋다고 했지만 정작 도무지 성에 안 찼단다. 70%를 완전히 다시 그려 2001년에야 작업이 끝났다. ‘백두산 이야기’의 작가 류재수는 3년이 넘는 시간과 스케치 수백 장의 공력을 ‘백두산 이야기’에 담아냈다고 한다.
이억배 작가의 ‘솔이의 추석 이야기’. 하품하고, 아이를 어르고,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추석에 터미널에 길게 늘어서 있는 귀성객들의 모습을 담았다. 시공주니어 제공
표지만 봐도 작가의 이름이 떠오르는 독창성. 이제 한국 그림책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목표라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