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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포린후드, 서울에만 30여곳… 상권 지도 바뀐다

입력 | 2013-02-25 03:00:00


#1. 4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부산으로 유학 온 츰파카 수테자 씨(23·여)는 올 1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가산디지털단지의 정보기술(IT) 회사에 취직을 하면서다. 수테자 씨는 “가산동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IT 일을 하는 인도, 동남아인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고 말했다.

#2. 지난해 7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들어선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의 표지판과 안내문에는 한글과 영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아파트 128채 가운데 50여 채에 외국인 가족이 입주했기 때문. 김한수 동부건설 분양팀장은 “한남동 고급빌라 못지않은 주상복합이 서울역, 남산 일대에 들어서면서 외국인이 많이 옮겨온다”고 전했다. 》

외국인 이웃 ‘포린후드’ 시대

국내 체류 외국인이 144만 명을 넘어서면서 세계 곳곳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인과 이웃이 되는 ‘포린후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서울에만 이미 30여 곳의 포린후드가 생겼다.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화이트칼라 외국인이 많이 옮겨온 다국적 타운, 대학가 주변에 들어선 글로벌 캠퍼스타운, 종교 시설을 중심으로 조성된 외국인 거리 등 외국인의 경제활동 지역이 넓어지고 교육·문화 환경이 변하면서 포린후드도 확산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144만5100명으로 처음 14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에는 외국 국적을 가진 교포를 제외하고 장기 거주하는 순수 외국인만 166개국에서 온 24만7100명에 이른다.

행정안전부 통계상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체 주민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는 곳은 영등포(14.4%), 금천(11.5%), 구로(10.1%), 중구(8.5%) 등 8곳이나 된다. 서울 전체 인구 대비로는 4%다. 런던은 25%, 파리는 14%로 아직 글로벌 도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점점 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포린후드는 12곳이나 되는 차이나타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은 18만 명으로 서울 전체 외국인의 70%를 넘는다. 주거지와 상권이 함께 발달한 게 특징인 차이나타운은 원조 ‘연변거리’로 불린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영등포구 대림2동을 거쳐 광진구 자양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 포린후드(foreignhood) ::

외국인(foreigner)과 이웃(neighborhood)의 합성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이 밀집한 거주지역, 상권을 넘어 한국인과 외국인이 한데 어울려 사는 주거문화가 확산된다는 뜻.
▼ 상권지도 바꾸는 서울의 포린후드 ▼

직장-학교-종교 따라 ‘다국적 이웃’ 형성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대림역 12번 출구로 나가면 한국말 대신 중국어, 중국노래가 거리에 울려 퍼진다. 500m 거리 양옆으로 붉은색 간판을 단 중국 식당과 반찬가게, 직업소개소가 줄지어 있다. 대림2동 주민의 절반가량인 7900명이 중국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황호명 씨는 “건설노무직 식당종업원 등 일용직 근로자가 대부분이지만 중국인들이 지역경제를 움직인다”며 “10년 전 1000만 원 이하이던 상가 권리금이 1억 원까지 치솟았고 전·월세시장도 이들에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처음 한국에 온 중국인이 찾는 곳은 가리봉, 대림동이지만 이제 이들이 돈을 벌어 옮겨 가는 곳은 광진구 자양동이다.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 ‘양꼬치 거리’엔 중국식 샤부샤부 식당과 양꼬치 가게, 환전소가 즐비하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자양동은 자영업자 유학생 교수 등 경제력 있는 중국인이 많아 지역 주민과 융합하고 공생하는 단계로 발전했다”며 “외국인 이주가 정착 이민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인도 새 아파트, 새 학교 따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출신 외국인들의 포린후드는 과거 용산구 이태원동 한남동에 그쳤지만 최근 마포·종로구를 비롯해 강남·서초구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30, 40대 전문직이 늘어나면서 연령이 낮아진 게 영향을 줬다. 종로구에서 외국인 전용 임대업을 하는 전모 씨는 “외국인들의 직종과 나이가 다양해지면서 단독주택, 고급 빌라촌을 벗어나 아파트, 오피스텔을 많이 찾는다”며 “젊은층은 한국인과 이웃이 되는 걸 꺼리지 않고 소득 수준에 맞는 집을 찾는 실용적인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전용 120m²짜리 아파트를 가진 이모 씨(45)도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온 30대 외국인 가족을 세입자로 맞았다. 그는 “관리비를 월세에 포함시키라고 하는 등 계약조건은 까다롭지만 500만 원인 월세의 2년 치를 외국인이 고용된 회사에서 미리 주니 좋다”고 말했다.

교육 환경의 변화도 한몫했다. 외국인 임대전문업체 스타빌의 임지연 실장은 “외국인학교가 늘면서 학교를 따라 옮겨 가는 외국인이 늘었다. 외국인학교 스쿨버스가 서는 곳도 새로운 인기 지역”이라고 전했다.

마포구 상암동은 2011년 문을 연 서울일본인학교 덕분에 일본인이 많다. 임경선 명문공인 대표는 “이곳 전체 전·월세 거래의 10%를 일본인이 차지한다. 4월 새 학기를 앞두고 집 보러 오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도시가 선진국화할수록 외국인 저임금 노동자와 화이트칼라 계층의 유입이 동시에 늘면서 포린후드가 넓어진다”며 “특히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법률, 금융시장 개방이 늘면서 화이트칼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글로벌 상권도 확대

상권도 넓어지고 있다. 외국인 최대 상권인 이태원은 외국인 급증에 한국인까지 몰리면서 인근 한강진역(꼼데가르송길), 경리단길, 건너편 해방촌까지 확장됐다.

중구 광희동 옛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러시아타운에서 현재 몽골타운, 중앙아시아타운으로 변신했다. 을지로 44길 골목 입구에 있는 10층짜리 건물 뉴금호타워는 아예 ‘몽골타워’로 불린다. 건물 전체가 몽골 전통음식점부터 여행사, 환전소, 휴대전화 판매점 등 몽골인에게 필요한 상점들로 가득 차 있다. 주말이면 지방에서 일하는 몽골,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모여든다.

홍석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도시일수록 다양한 인종이 다양한 문화를 가꾸면서 경쟁력을 갖는다”며 “166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여주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민소영 인턴기자 부산대 사회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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