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유산 20억 탕진한 40대… 기행 추적하던 경찰에 덜미
손에 마권(馬券)과 현찰을 움켜 쥔 장모 씨(49)의 눈이 빛났다. 실내경마장 화면에서는 말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있었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계림동 한국마사회 스크린 경마장에 들어선 장 씨는 현금 1000만 원을 허공에 뿌리기 시작했다. 돈을 주우려는 사람들로 경마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5만 원을 건 말이 우승하면서 560배인 2800여만 원을 손에 쥐자 기분을 내기 위해 장 씨가 현찰을 뿌린 것.
하지만 그는 13일 밤 광주 서구 매월동 주택가에 세워진 화물트럭에서 휴대용 주유 펌프(속칭 자바라)로 경유를 훔치다 들켜 달아났던 용의자. 그의 기행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사진을 들고 와 실내경마장 손님과 직원들에게 얼굴을 확인한 결과 용의자로 확인돼 24일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장 씨는 전북 고창 지역의 부자인 부모로부터 10여 년 전 20억 원가량의 재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마에 손을 댄 이후 유산 대부분을 탕진했고 결국 화물차 기름까지 훔치는 신세로 전락했다. 과거 장 씨 집안의 도움을 받았던 김모 씨 형제가 그에게 일거리를 주고 도왔지만 그는 경마장 출입을 멈추지 않았다. 어패류를 배달하던 장 씨는 주말마다 경마장에 가기 위해 주차 차량에서 주중에 경유를 훔쳐오다 붙잡혀 1년간 복역하고 지난해 8월 출소했지만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