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前대통령, 청와대 떠나 논현동 사저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뒤 하금열 대통령실장 등 전현직 청와대 직원 700여 명의 환송을 받으며 청와대를 걸어서 나갔다.
직원들은 이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길을 걸어가자 20여 분간 양옆에 서서 박수로 환송했다. 일부 여직원은 눈물을 글썽였다. 이 전 대통령은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4년간 관저에서 생활했고 그 뒤에도 2007년 대선 전까지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 머물렀기 때문에 논현동 사저로는 11년 만에 돌아가는 셈이다.
“수고하셨습니다” 24일 임기 5년을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 앞에 도착해 환영하는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까지도 대통령으로서의 일정을 빼곡히 소화했다. 임기 마지막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기 위한 ‘MB식 행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초대 의장을 맡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를 접견하고 GGGI에 협력한 공로를 인정해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수여했다. 라스무센 의장은 “녹색성장은 아직 어린아이와 같다. 시간이 흘러도 당신은 여전히 (녹색성장의) 아버지다(you are still the father)”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수도선부(水到船浮·물이 차면 배가 떠오른다)’ 더 큰 대한민국, 국민 속으로”라고 적었다. ‘수도선부’는 이 전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대신해 내놓은 것으로 ‘임기 중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라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임기 5년을 마친 이 전 대통령은 ‘외치에는 성공했지만 내치에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해내고,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등 세계적 규모의 정상회의를 잇달아 유치한 것은 ‘일하는 경제 대통령’에게 걸맞은 성과였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및 유전개발 사업 수주 등 ‘자원 외교’에서도 결실을 맺었고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숙원이던 한미 미사일 협정을 개정한 것도 치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기업인 출신 특유의 효율성을 내세우다 보니 국정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갈등에 대처하고 이를 소통해 내는 능력은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