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


애플렉은 이번에 감독상 부문에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작품상을 수상하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아마겟돈’ ‘진주만’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하며 섹시 가이로 각광받았는데 배우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심지어 2004년에는 해마다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날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페이첵’으로 최악의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링컨’의 대니얼 데이루이스(56)는 사상 최초로 세 번 남우주연상을 안았다. 1990년 ‘나의 왼발’, 2008년 ‘데어 윌 비 블러드’로 이 상과 인연이 있었다. 데이루이스는 링컨 대통령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링컨은 노예 해방 법안 통과를 위해 정치적 술수도 마다하지 않고, 아들의 참전을 막기 위해 애쓰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여우주연상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런스가 가져갔다. 스물셋, 아역배우 출신인 로런스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미스틱 역으로 눈길을 끌었고, ‘헝거 게임’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레미제라블’은 여주조연상(앤 해서웨이), 분장상, 음향상을 수상했다. 해서웨이(31)는 출연 분량이 적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 헬렌 헌트, 샐리 필드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쳤다. 남우조연상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크리스토프 발츠(57)에게 돌아갔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주연상 로런스, 계단 오르다가 ‘꽈당’… 미셸 오바마, 작품상 발표 깜짝 등장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로 각본상을 받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50)은 막걸리 한잔 걸친 듯 빨개진 얼굴에 검은 가죽 넥타이를 삐딱하게 풀고 무대에 올랐다. 트로피를 한 손에 쥐고 휘두르면서 속사포처럼 수상 소감을 쏟아냈다. “내 영화가 30년 뒤에도 기억될 수 있다면 그건 살아 있는 캐릭터 덕분이다. 오 이런, 이번에 나 해냈어!” 생방송 시간이 모자라 급하게 마무리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그는 음악을 끊고 말을 이어 갔다. “난 경쟁을 좋아한다. (검지와 중지를 들어 올리며) 여러분, 피스 아웃(peace out·작별 인사로 쓰이는 속어).”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제니퍼 로런스(23)는 상을 받으러 무대로 오르다 드레스 끝자락을 밟아 대(大)자로 넘어졌다. 그는 엎어지며 두 팔을 뻗어 계단을 부여잡았다. 민망했던지 무대에 오르자마자 이렇게 자책했다. “제가 넘어져서 전부 자리에서 일어난 거죠? 바보 같아(This is nuts)!”
남우주연상을 시상하러 등장한 메릴 스트립(64). 그의 뒷모습을 찍는 카메라에 왼쪽 엉덩이를 긁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드레스를 밟아서…”라며 멋쩍게 웃었다. 영화 ‘철의 여인’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연기로 지난해 세 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립은 공교롭게도 이날 ‘링컨’의 타이틀 롤을 맡은 대니얼 데이루이스(56)에게 세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안겼다. 데이루이스는 너스레를 떨었다. “3년 전 제가 마거릿 대처 역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메릴 스트립을 링컨으로 지목했죠. 하지만 마지막에 스필버그 감독이 내가 링컨을 해야 한다고 설득하더군요.”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