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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중소기업 ‘삼진’을 통해 본 삼성전자의 동반성장

입력 | 2013-02-27 03:00:00

“삼성이 만들어준 성장의 사다리가 매출 40%나 늘려”




김승철 삼진 사장이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터치 리모컨’을 들어 보이며 최고라는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안양=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2011년, 위기가 찾아왔다. 1000억 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했던 연 매출이 2010년 913억 원에서 오히려 884억 원으로 줄었다. 스마트TV의 보급과 게임 인구의 급속한 증가 등에 따라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리모컨 수요가 늘었으나 기본 모델에 안주해 개발을 게을리 한 것이 화근이었다. 》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전자가 ‘상생협력 7대 과제’를 발표하며 협력업체 50곳을 2015년까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우는 ‘성장의 사다리’를 놓겠다는 취지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운이 좋아서인지 ‘당첨’됐다.

삼성전자는 각 분야 시장점유율 국내 2위, 세계 5위 이내에 드는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최고경영자(CEO)의 글로벌 역량과 차별화된 기술 보유 여부, 성장 잠재력 등을 평가한 끝에 39곳의 후보기업을 선정했다. 그리고 ‘관리의 삼성’이라는 세간의 평가답게 꼼꼼한 관리를 시작했다.

2011년 8월부터 컨설턴트 3명이 회사에 상주하며 기획부터 기술, 제조, 포장, 재고관리까지 경영 전반에 걸쳐 개선할 점을 지적했다. 직원들의 땀과 열정에 삼성전자의 기술 및 경영 노하우가 더해져 지난해 ‘스마트터치 리모컨’ 개발에 성공했다. 수십 개의 버튼 때문에 복잡했던 리모컨 조작을 단순화하고 디자인도 심플하게 바꿨다. 잠시 주춤했던 매출은 지난해 13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0% 성장했다.

리모컨 제조업체 삼진의 이야기다. 25일 찾은 경기 안양시 삼진의 리모컨 케이스 생산라인에서는 은색, 검은색 케이스가 9초에 한 대씩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김승철 사장(42)은 삼성전자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임직원들의 마인드가 변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대기업 오더가 내려오면 매뉴얼에 따라 만들고 제때 납품하기만 하면 된다는 수동적 분위기에서 이제는 시장 흐름을 예상하고 스스로 많이 공부해서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자는 자세로 바뀌었습니다.”

○ 생산성 높이고 불량률 낮추고

생산 현장을 둘러보기 전에 김 사장은 ‘에어슈즈’를 신으라고 권했다. 기계에 발을 갖다대니 에어슈즈가 ‘슈우욱∼’ 소리를 내며 신발 위를 감쌌다. 전에는 흙투성이인 신발을 신고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지만 삼성전자로부터 컨설팅을 받고는 생산 현장을 ‘클린 사업장’으로 바꿨다. 깨끗해지자 먼지가 줄어들고 자연히 불량률이 3.1%에서 0.7%로 떨어졌다.

공장에 들어서자 부품별로 정리된 여러 개의 선반과 3겹으로 쌓은 박스가 눈에 띄었다. 김 사장은 “과거에는 어떤 부품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찾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는데 시스템을 체계화하니 쉽게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재고관리도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서 배운 자재관리 노하우를 적용한 뒤 삼진의 재고관리 정확도는 88%에서 99%로 높아졌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금형기술 컨설팅을 해줬다. 이를 토대로 리모컨 케이스 1개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을 30초에서 9초로 크게 줄였다. 생산성을 3배 이상으로 높인 셈이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는 수시로 전문인력을 파견해 원가 및 결산시스템을 보완해 주고 시나리오 경영관리의 기반을 닦게 하는 등 삼진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 갑을관계 아닌 파트너… 글로벌 경쟁력 윈윈 ▼

강소기업 육성 프로젝트… 연 1%대 저금리 대출도


생산현장 관리 노하우도 전수 삼성전자의 ‘강소기업 프로젝트’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경기 안양시의 삼진 직원들이 제조작업을 하고 있다. 안양=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처럼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한 과제는 모두 146개에 이른다. 삼진은 매출 증가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탄탄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진은 1995년 중국 칭다오에 설립한 현지 법인에도 이 같은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삼성의 도움으로 2015년까지 매출액 4000억 원, 2020년에는 1조 원을 달성해 명실상부한 중견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협력사 성장해야 대기업도 큰다”

그동안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동반성장 차원에서 협업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삼성전자의 강소기업 프로젝트처럼 경영 노하우에 제조기술까지 전방위적으로 협업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주요 기술이 1급 비밀에 해당돼 대기업이 관련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진문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부장은 “과거처럼 협력업체들을 단순히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치부하는 방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소기업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모든 것을 직접 만들 수 없으니 서로 믿고 함께 성장하는 협력업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금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1% 포인트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생펀드, 기술이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신기술 공모제 등을 통해 2011년부터 최근까지 총 366억 원을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반 중소기업에도 지원했다. 이 밖에 매년 110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중소기업 현장에 파견하고, 2004년부터는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초청해 협력사를 대상으로 신기술 노하우와 트렌드를 소개하는 ‘선진기술 세미나’도 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강소기업 프로젝트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협력사의 성장으로 삼성전자 역시 한 단계 도약하고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협력사의 잠재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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