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 없고 ‘회사’도 없어
진심의 차이, 1∼7, 여기저기 착한…. 최근 유행하는 금융회사들의 상품 이름들이다. 언뜻 뜻을 알 수 없어 호기심이 생기는 티저(teaser)형부터 돌직구형, 캐치프레이즈형, 단순형 등 다양한 작명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상품 작명법이 회사명과 상품 종류를 이어붙이는 방식에서 상품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미래에셋생명이 내놓은 변액보험상품인 ‘진심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초기에 몰아 떼던 사업비를 줄였다. 진심의 차이라는 명칭만 보면 호기심 유발에 초점을 맞춘 ‘티저 광고’ 같다. 어떤 상품인지 금세 알아차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잘 표현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진심’은 소비자 보호 정책을 앞세우겠다는 감성적 단어이고, ‘차이’는 다른 상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이성적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의 ‘엄마맘에 쏙드는’ 보험도 이와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병원비 등을 보장해주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이지만 중도인출 기능을 둬 보험금을 학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가치와 주장을 담은 ‘캐치프레이즈’형 네이밍도 눈에 띈다. 하나SK카드의 ‘여기저기 착한 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동네슈퍼에서 결제할 때 혜택이 많다.
KB국민은행의 ‘KB아내사랑통장’은 “남편이 주부에게 급여를 줘야 된다”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상품이다.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인정해 주고 전업주부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담겼다. 이 통장은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화장품 할인쿠폰 등을 보내준다.
어떤 회사 상품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돌직구’ 같은 이름도 많다. KB국민은행의 ‘KB리더스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신한 스마트 정기예금’, 신한생명의 ‘신한Big플러스실버보험’, 한화생명의 ‘한화가교연금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