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대구·경북이 새 정부와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역량을 갖추려면 이 같은 인식이 과연 적절한지부터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압도적 지지’ ‘일등공신’ ‘지역 출신 대통령’ ‘대통령의 고향’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 같은 틀에 갇히면 오히려 대구·경북이 설 자리가 매우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지고 보면 “대구·경북의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이야기는 정확하지 않다. 지역별로 유권자 수가 다르기 때문에 득표율보다 실제 득표가 중요하다. 대선 때 대구는 126만7789표, 경북은 137만5164표가 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박 대통령이 받은 표는 경남(125만9174표)과 비슷하고, 경북은 부산(132만4159표)과 별 차이가 없다. 이에 비해 서울은 302만4572표, 경기는 352만8915표로 대구·경북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도 서울이나 경기, 부산과 경남 어디서도 ‘일등공신’ 운운하지 않는다.
대구·경북이 ‘압도적 지지를 보여준 일등공신’ 같은 좁은 틀에 머물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특정 지역의 ‘소(小)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도록 만들 책임은 어느 지역보다 대구·경북에 안겨진 숙명 같은 과제다. 대구·경북이 박근혜 정부의 출발을 지역 발전을 위한 ‘자생력(自生力)’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답다’란 말을 들을 수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