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72명의 숭고한 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오산창의사가 전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장성군 제공
전남 장성군 북이면 모현리에 자리한 오산창의사(鰲山倡義祠)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장성현 남문(南門)에서 의병을 일으킨 72인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이다. 오산창의사의 역사적 의미와 학술적 가치는 매우 높다. 당시 의병 활동에 나섰던 선비, 관군, 승려뿐 아니라 노비까지 총 72명이 배향돼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 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던 당시에 ‘사민평등(四民平等)’의 이상을 실현한 장소다. 임진왜란 발발 후 창의격문(倡義檄文)을 보내고 출병하기까지 4개월 동안 의병 1651명, 곡식 496섬을 모집해 출병했고 3차례에 걸쳐 의병 활동을 벌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호남 의병 활동의 중심지였던 오산창의사가 전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전남도 문화재위원회는 최근 기존 전남도 유형문화재 제120호인 ‘장성 남문창의비’를 ‘장성 오산창의비와 창의사’로 확대 변경해 지정고시했다. 장성군은 선열들의 의병 활동 내용이 적혀진 오산창의비만 문화재로 지정되고 그 넋과 정신을 추모하는 오산창의사의 가치는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문화재 지정을 건의했다.
오산창의사는 대원군의 전국적인 서원 철폐로 1868년 문을 닫았으나 1934년에 다시 세워 오산사(鰲山祠)라 명명했다. 복설(復設) 3년 만에 일제의 탄압으로 다시 폐쇄되었다가 1945년 광복과 함께 재건한 뒤 1982년 오산창의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장성군은 오산창의사 문화재 지정을 기념해 5월 북이면 사거리에 있는 호남오산남문창의비를 복원해 군청 광장에 세울 계획이다. 호남의 의병 활동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김양수 장성군수는 “이번 문화재 지정으로 장성이 호남 의병 활동의 중심지임을 널리 알리고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며 “장성을 청백리의 고장에 이어 의병의 고장으로 발돋움하도록 현창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