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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책임총리의 성공 여부, 박 대통령에게 달렸다

입력 | 2013-02-27 03:00:00


국회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제출한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정 총리는 박 대통령이 당초 총리로 지명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해 ‘대타(代打)’로 발탁된 인물이다. 그는 검찰에서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사실상 마감해 장관 차관도 안 해본 사람이 책임총리를 해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가 진정한 책임총리로서 역할과 위상을 확립할지 여부는 우선 박 대통령이 얼마나 그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지 않으면 허수아비 총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 총리 스스로도 내각을 원활하게 이끌면서 책임총리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야 한다.

정 총리는 서울과 세종시로 나뉜 내각을 총괄해 이끌어갈 첫 총리다. 세종시 시대의 국무총리라고 해서 그가 세종시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때에 따라선 일주일 가운데 며칠은 서울에 근무하면서 서울에 있는 장관들을 통솔하고 지휘할 책임이 있다. 명실상부한 책임총리는 그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본인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제자리를 확고히 잡아야 가능해진다.

정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리에게 부여된 헌법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맞춰 국정수행 능력이 없을 경우 해임건의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약속이 빈말이 아니라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문제를 앞장서서 푸는 일을 고려할 만하다. 야당은 내각 후보자 가운데 김 후보자를 낙마 대상으로 삼아 집중적인 공격에 나서고 있다. 정 총리가 김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에 기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야당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김 후보자가 부적격이라고 판단한다면 조속히 결단을 내려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

정 총리가 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 출신 등 이른바 ‘실세 장관’들의 틈바구니에서 좌표를 잃을 경우 존재감 없는 인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총리를 지낸 고건 씨는 2004년 3월 국회의 노 대통령 탄핵 의결로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았던 시절에 당시 실세 장관이었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총리는 대통령 직무대행 역할을 소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장관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직무대행의 권한을 침해하는 듯한 발언을 할 정도이니 총리가 제대로 서지 못하면 위상이 얼마나 추락할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수성 전 서울대 총장은 “총리는 대통령과 화합해 국정을 잘 운영해야 한다. 대통령과 견해차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하며 총리가 떳떳하다면 국무위원들은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각고의 노력과 친화력으로 2년 5개월 동안 무리 없이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한 김황식 전 총리처럼 정 총리도 떠날 때 국민으로부터 박수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