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생물의 방어展’생명의 경이로운 생존본능 생생히 담아
고슴도치(왼쪽)는 위기에 처하면 날카로운 가시를 곧추세우고, 아무르장지뱀은 꼬리를 떼어낸다. 생태계에서 먹이가 되는 생물의 방어술은 진화를 거듭하며 발전해 왔다.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제공
사람들은 가끔 본질을 너무 평면적으로 접근한다.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포식자는 그저 사냥하고, 먹이가 되는 생물은 수동적으로 잡아먹히기만 하는 줄 안다.
하지만 그 현장을 들여다보면 먹고 먹히는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목숨을 건 치열한 암투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방어를 위해 냄새를 내뿜는 스컹크나 몸을 부풀리는 복어는 이미 많이 알려진 동물. 바실리스크도마뱀은 평소 네 발로 걷다가 위급 상황이면 두 발로 물 위를 달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태평양 심해 환형동물인 스위마는 몸에 발광물질 주머니를 달고 다니다 이를 터뜨려 포식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납작등놀래기나 쥐며느리알락나방은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시안화수소를 뿜는다. 식물도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는다. 옥수수는 테르펜이란 화학물질로 기생벌을 유혹해 자신을 갉아먹는 불나방애벌레를 퇴치한다.
포획에 실패하면 굶어야 하는 포식자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강한 힘과 빠른 속도만이 사냥의 묘미가 아니었다. 노란점호박돔은 조개를 입에 물고 바위에 탁탁 쳐서 깨는 ‘지혜’를 가졌다. 수염수리는 딱딱한 딱지 속 거북을 잡아먹기 위해 물고 하늘로 올라가 땅에 떨어뜨려 부순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생명과학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만든 배려가 돋보인다. 서수연 학예연구원은 “아이들이 컴퓨터 터치스크린 게임을 통해 과학 상식을 배우는 e러닝 시스템과 애니메이션 영상물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11월 30일까지. 일요일, 공휴일 휴관. 입장료 무료. 02-3277-4700, nhm.ewha.ac.kr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