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4% vs 하위 24.1% 비밀… 두 학교 공시지가 확인하면 풀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크게 달랐다. 중3을 대상으로 실시된 시험에서 목운중은 전국 순위가 상위 3.4%였지만 양천중은 하위 24.1%였다. 이유가 뭘까.
○ 거리는 근접, 교육여건은 크게 달라
두 학교의 공시지가를 확인하면 의문이 풀린다. 목동의 목운중은 공시지가(지난해 기준·m²당)가 1040만 원으로 전국 2996개 중학교 가운데 가장 높았다. 양천중은 m²당 143만 원으로 목운중의 7분의 1에 못 미쳤다.
안세환 목운중 교장은 “편리한 교통여건에 고급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서면서 인근 전세금이 올랐다. 그러면서 강남 못지않은 학군이 형성됐고 교육열이 덩달아 뜨거워졌다”고 했다. 이 학교 교사 A 씨는 “우수한 학생이 몰리니 교사의 긴장감이 커졌다. 수업 연구를 많이 하면서 수업의 질 역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신월동의 양천중은 대조적이다. 주변에 소형 아파트가 많다. 또 낡은 빌라가 밀집해 있다. 주민 신모 씨(45·여)는 “양천구에서는 목동에 살면 최상층, 신정동에 살면 중산층, 신월동에 살면 서민으로 부른다. 그러다 보니 학교까지 동네 등급에 따라 나뉠 때가 많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빅데이터 분석 대상으로 삼은 중학교 공시지가는 지역경제력을 대표하는 변수다. “땅값은 개발가치와 교통접근성의 함수로 결정된다. 해당 지역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인 셈이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학업성취도와 땅값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사회경제적 지위(SES·Socio Economic Status) 효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SES가 높은 사람은 대체로 땅값이 비싼 곳에 산다. 서울 강남구과 서초구에는 대졸 이상의 고학력 학부모 비율이 서울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양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분석연구실장은 “땅값이 비싼 곳엔 SES가 높은 사람이 몰리고, 이들이 모여 살면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지는 이른바 ‘맥락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 교육벨트 형성해야 학력수준 향상
경기 화성시. 동쪽으로 동탄 신도시, 서쪽으로 남양만과 아산만에 접한 읍면 지역과 섬마을을 끼고 있다.
공시지가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모두 공개된 화성시내 중학교는 26곳이다. 땅값이 가장 높은 5개교 중 네 곳이 동탄 신도시에 있다. 이들 4개교의 m²당 공시지가 평균은 184만5000원, 학업성취도 순위 평균은 전국 상위 19.5%다. 반면에 바닷가나 읍면 지역에 있는 5개 학교의 m²당 공시지가 평균은 14만5600원. 학업성취도 순위 평균은 하위 14.0%로 바닥권이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도 시내효과로 설명이 가능한 지역이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동탄은 중심지 쏠림 현상이 강해 교육 특별지역을 탄생시켰다”고 전했다.
지역 경제력은 학교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학력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서울 양천구 월촌중의 정진영 교장은 “우리 학교 주변엔 유해업소가 거의 없다. 그 대신 학원가가 형성됐다. 이런 여건이 학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월촌중은 m²당 공시지가가 전국 4위다.
교육전문가들은 개별 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는 지역의 학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도로, 문화 및 의료시설, 공원과 산책로가 함께 들어서야 소득수준과 교육열이 높은 주민이 몰리면서 ‘교육벨트’가 생긴다는 말이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업성취도를 높이려면 학교와 주변을 하나로 묶어 거점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학교가 지역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100을 투자했을 때 200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공시지가-중학교학업성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