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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인 박근혜정부]환율전쟁… 건설업계 연쇄도산 우려… “리더십 부재상황 지속땐 위기 못막아”

입력 | 2013-02-27 03:00:00

■ 한국 경제 내우외환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식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5개년 계획 등으로 일군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취임 첫해 경제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내에선 내수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환율전쟁’, 유럽 재정위기, 미국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sequester)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외 악재가 산적해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 주요국들이 새 정부 출범 후 경제팀 진용을 갖춘 가운데 우리만 리더십 부재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제적인 경쟁구도 포석에서 실기(失機)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엔화 연초 대비 5% 떨어져 26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91.59엔으로 마감했다. 연초 86엔대와 비교하면 환율은 5%가량 오른 것으로 엔화가치는 그만큼 떨어졌다. 엔화는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26일에는 이탈리아 총선 결과에 대해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엔화는 전날보다 강세를 보였다. 도쿄=AP 연합뉴스

○ 불리한 대외 악재 산적

최근 일본이 양적완화 공세를 벌이며 불붙은 ‘환율전쟁’은 특히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일본은 25일 2000년대 초반 엔화 약세를 위한 시장개입을 주도했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일본은행 총재에 내정하면서 한층 공세적인 엔저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더욱 공격적인 엔저 정책에 나서면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와 외환시장 불안 등으로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일본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회의, 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과의 경제 협력관계를 공고히 했다. 또 일본은 사실상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에 참가하기로 미국과 합의하면서 한국이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먼저 체결한 FTA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중국은 최근 성장률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이 선점하고 있던 해외 건설, 플랜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해외에서 한중일 3국의 ‘신(新)삼국지’가 연출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이 나온 가운데 EU 국가 중 경제력 면에서 3위인 이탈리아 역시 정치 불안과 재정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미국의 예산 자동삭감 역시 경기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정부지출 1100억 달러를 자동 삭감하기로 했던 미국 정부는 삭감 규모 등을 두고 야당과 재협상에 들어갔지만 아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산 자동삭감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1.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성장률 하락은 세계경제 회복 둔화로 이어져 국내 기업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 국내 경제도 빨간불

국내 경제여건도 만만치 않다. 내수부진과 투자 감소로 경제성장률이 8개 분기 연속 0%대로 떨어진 가운데 경기침체 장기화를 예고하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26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쌍용건설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상장 건설사 세 곳 중 한 곳이 적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업계 13위인 쌍용건설이 부도 등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면 건설업은 물론이고 조선 해운 등 다른 업종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역대 최대 규모인 40조4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도산 기업이 속출할 경우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정부조직개편 지연으로 한국이 상당 기간 경제사령탑 공백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엔 경기부양, 금융시장 안정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더라도 새 경제팀이 안정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병기·김철중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