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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납치 후 테이프로 얼굴 결박, 살해 의도 따져야”

입력 | 2013-02-27 06:20:00

질투심 불타 회사부하 살해…대법 "피고인 진술 다시 판단하라"




내연녀의 남자친구를 테이프로 결박한 뒤 마구 때리고 숨지게 한 30대 유부남이 살인 의도가 있었는지를 놓고 다시 2심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모씨(34)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 내용에 따르면, 유부남인 A씨는 2011년 가을 무렵부터 회사 동료 여성과 사귀었다. 그런데 몇 달 후 자신의 부하인 B씨가 그 여성과 사귀기 시작하면서 여성과 사이가 틀어진 것.

질투심에 불탄 A씨는 지난해 2월 회사 주차장에서 B씨를 납치했다. B씨가 주차장에서 자기 차에 타려는 순간 차 안으로 뒤따라 들어가 그를 결박하고 얼굴에 테이프를 칭칭 감았다.

테이프로 얼굴을 결박당한 B씨는 A씨에게 폭행당하다 숨졌다. B씨가 죽고 난 뒤 A씨는 차에 불을 질러 시신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그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신용카드를 빼앗아 현금서비스를 받아 내연녀에게 썼고, B씨 장례식에 참석해 부조금을 내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비난할 만한 동기에서 비롯돼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간 중대 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에게서 강탈한 현금을 유족에게 부조하는 행위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인면수심의 행동"이라며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징역 9년으로 확 낮아졌다. A씨에게 사람을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검찰이 적용한 죄목인 강도살인이 아니라 강도치사죄를 적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와 차량 뒷자석에서 뒤엉켰는데 좁은 공간에서 성인 두 명이 있었다면 치명상을 입히기 어렵다는 점과 A씨가 테이프로 피해자의 얼굴을 감을 때 숨을 쉴 수 있도록 콧구멍 부분은 감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 같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부검감정서에 따른 피해자의 사인이 질식사인데 원심에서는 숨을 쉴 수 있도록 코 부분을 감지 않았다는 피고인 진술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으니 다시 심리하라"고 판시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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