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국내시장은 관심 밖… 유럽서 승부수
아웃도어 신발업체 트렉스타의 권동칠 대표는 “스타 모델보다 기술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트렉스타는 아시아의 아웃도어 신발 시장에서 1위 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트렉스타 제공
권 대표는 26일 전화인터뷰에서 “마케팅이 치열한 국내 시장은 별로 관심이 없다”며 “오직 기술로 아웃도어 본고장인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에 본사를 둔 트렉스타는 1988년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인 동호실업으로 출발했다. 미국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K2의 주문으로 스케이트 윗부분이 가죽과 천으로 된 ‘소프트 인라인스케이트’를 개발했다. 첫 작품인 신(新)개념 스케이트는 세계시장에서 성공했지만 권 대표는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브랜드가 필요했다.
트렉스타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 많다. 하루 만에 맞춤 신발을 주문 제작할 수 있는 ‘디지털 슈 시스템’을 비롯해 불규칙한 지면에서 균형을 맞춰주는 기술(IST), 얼음 위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아이스그립(Ice grip)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와 해외에 통하는 기술특허만 27개다.
트렉스타가 가장 자랑하는 기술은 2010년 개발된 ‘네스핏(nesTFIT)’이다. ‘인간의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을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 연구진은 2만 명의 발 모양을 분석했다. 해외로 수출할 때도 트렉스타는 그 나라 사람의 발 모양에 가장 근접한 아웃도어화 제품을 제작 판매한다. 네스핏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앞세워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진출했다.
신발 끈을 묶고 푸는 대신 와이어가 연결된 다이얼을 돌리는 ‘코브라 신발’도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 4월에는 손을 대지 않은 채 신고 벗을 수 있는 ‘핸즈프리’ 신발을 내놓을 계획이다.
권 대표는 “기술적인 차이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새로운 기술은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트렉스타는 본사에 근무하는 200여 명의 직원에게 특별한 임무를 주고 있다. 전 직원은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어야 하고 의무적으로 경쟁 업체의 매장을 견학해야 한다.
트렉스타는 현재 스웨덴 미국 캐나다 미국 등 60여 개국에 등산화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올해 안에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앞지를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유럽의 한 매체가 발표하는 세계 아웃도어 신발 시장점유율 순위에 따르면 현재 트렉스타는 아시아 1위, 전 세계 16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500억 원을 넘어섰다. 트렉스타는 2016년까지 아웃도어 신발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아웃도어 본고장이라 불리는 유럽지역 정복은 권 대표가 가장 꿈꾸는 일이다. 권 대표는 세계적인 기업을 꿈꾼다면 생각부터 바꾸라고 조언했다.
“예전에는 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한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전 세계 1등부터 해야 합니다. 그러면 한국 시장에서 1등은 덤으로 얻어지는 거죠.”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