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아성 깬 드림웍스의 강자 공략법
“강자와 맞설 땐 상대의 강점을 약점으로 바꿔라.” 백설공주 이미지로 대표되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최강자 디즈니의 아성을 깨기 위해 드림웍스 스튜디오는 전혀 색다른 스타일의 슈렉 캐릭터로 승부수를 던져 대성공을 거뒀다.
이렇듯 제품의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소비재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이 특정 시장이나 산업을 선점하고 오랜 기간 높은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온 선발주자를 상대로 싸우기는 쉽지 않다.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는 것보다 브랜드 가치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형 자산을 쌓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후발업체가 장기간 많은 투자를 하면 브랜드 가치를 역전시킬 수도 있지만 비용 지출이 너무 커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생기업들이 코카콜라나 중국의 KFC와 같은 기존 강자들에 맞서 싸울 방법은 없는 것일까. 힘과 힘으로 맞붙는 정면승부는 무모하다. 이럴 때는 강자의 강점을 약점으로 바꿀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DBR 123호(2월 15일자)에서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최강자인 디즈니의 아성을 깨고 시장에 새바람을 몰고 온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사례를 토대로 약자가 강자에 도전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1923년에 만들어진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역사 그 자체다. 이 회사는 밝은 색감과 예쁘고 아름다운 캐릭터들을 사용해 누가 봐도 디즈니 영화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제작한다. 또 항상 권선징악이라는 주제가 깔려 있어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도 좋아한다. 심지어 디즈니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관념이 달라지기도 한다. 생쥐는 사실 징그러운 동물이지만 디즈니가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로 귀엽게 그려냄에 따라 미국인들의 생쥐에 대한 생각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
이렇듯 디즈니라는 브랜드는 다른 어떤 애니메이션 회사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위치를 수십 년간 지켜왔다. 수많은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디즈니와 경쟁하려 했지만 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아무리 더 예쁘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 내놔도 소비자들은 ‘예쁘고 재밌는 만화영화는 역시 디즈니가 최고’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1년 ‘슈렉’이라는 작품으로 도전장을 던진 드림웍스는 역발상을 통해 디즈니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물론 디즈니와 정반대로 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디즈니에서 일하던 일부 직원을 포함해 디즈니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이 시작이었다. 제프리 카첸버그를 비롯한 드림웍스 경영진은 디즈니의 캐릭터들이 다들 예쁘고 잘생겼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고쳐보자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때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공주’ 캐릭터만 해도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 12명에 달했다. 이들은 모두 예쁘고 착하며 좋은 남편을 만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심지어 그 남편들도 모두 훤칠하고 잘생겼다. 따라서 마음이 예쁜 사람은 얼굴도 예쁘고, 날씬하고, 목소리도 꾀꼬리 같고, 키도 크고, 노래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반면 드림웍스는 마음이 예쁘면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슈렉’이라는 녹색 괴물이다.
○ 강자는 강자답게, 약자는 약자답게
이에 대해 디즈니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디즈니는 지금까지 쌓아온 기업의 역량이 예쁘고, 귀엽고, 잘생긴 이미지의 캐릭터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섣불리 드림웍스의 전략을 모방할 수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지금까지의 디즈니를 부정하는 것이 되어 기존 팬들이 혼란에 빠진다. 또 스스로를 애니메이션 업계의 최강자에서 드림웍스의 경쟁자로 급을 낮추는 꼴이 된다. 자신의 핵심역량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핵심 역량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현상을 경영학에서는 핵심 경직성(core rigidity)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강력한 무형자산을 가진 기업이 핵심 경직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슈렉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본 디즈니는 자신들도 슈렉과 같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드림웍스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똑같이 괴물이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되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했다. 그렇게 나온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괴물들이 등장하지만 슈렉처럼 못생기지 않고 디즈니스러운 예쁜 색깔을 띠고 있다. 이 영화로 디즈니는 큰 성공을 거뒀다. 시장의 일정 부분은 드림웍스에 내줬지만 1인자의 자리만은 단단히 지킬 수 있었다.
이승현 댈러스 텍사스대 경영학과 교수 lee.1085@utdallas.edu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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