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당신 회사가 클지 몰라도 팔씨름은 내가 당신에게 안 진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잭 웰치 전 GE 회장에게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1915∼2001)는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아산이 현대와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합작투자법인(joint venture) 설립안을 협의하기 위해 ‘경영의 신’으로 일컬어지는 GE의 잭 웰치 당시 회장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웰치 회장은 “GE는 기술이 있다. 현대는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며 아산을 압박했다. 아산은 “현대는 노동력이 있다”고 답했다. 웰치 회장은 “값싼 노동력은 중국에도 널렸다”고 응수했다. 아산은 땅, 세금 감면 등 현대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지만 웰치 회장은 “GE가 현대와 합작법인을 세워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화가 난 아산은 자리에서 일어나 “잘 먹고 잘 살아라, ××야”라고 욕을 하고는 방을 나가 버렸다. 웰치 회장은 통역사에게 아산이 한 욕을 정확하게 통역해 달라고 주문한 뒤 황당해하면서 다시 아산을 불렀다.
웰치 회장은 다시 돌아온 아산에게 “왜 욕을 하고 나가버리느냐”고 따졌다. 가만히 있던 아산은 엉뚱하게도 “난 팔씨름을 잘한다. 그러니까 당신 회사(GE)가 우리 회사(현대)보다 클지 모르지만 내가 팔씨름은 당신한테 안 진다”라고 말했다. 웰치 회장은 “그렇게 잘하느냐. 한번 겨루어 보겠는가”라고 응수했다. 현대그룹 임직원들과 팔씨름은 물론이고 씨름도 즐겼던 아산의 체력은 국내에서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웰치 회장 역시 대학 때 골프를 친 운동선수 출신이었다. 웰치 회장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아산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어서 팔씨름을 한판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아산이 “내가 이기면 합작투자법인을 세우는 조건이다. 그 대신 당신이 이기면 하자는 대로 다 하겠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끝난 팔씨름은 아산의 승리였다. 아산은 신이 나서 “우리 조인트 벤처 하는 거다!”라고 말한 뒤 방을 나왔다. GE 측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산의 이런 돌발행동은 소위 ‘무데뽀 정신’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 겉으로 드러난 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면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체력이 약한 비즈니스맨이 이렇게 행동하면 계약 실패는 물론이고 무례하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쓸 수 있다.
아산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방식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현대 경영학 개념 가운데 ‘즉흥적 역량(improvisational capability)’과 아산의 행동을 연결해 보면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즉흥적 역량은 예상치 못한 변화에 즉시 대응해 자원을 재배치하는 학습된 능력을 의미한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역량으로 최근 들어 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y)에 이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학습된 능력’이다. 대개 즉흥적으로 한 일의 결과가 좋으면 능력이 아닌 운으로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즉흥적 역량은 ‘소 뒷발로 쥐를 잡는’ 것과 같이 단순한 운이 아니라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의미 있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아산은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져 있던 거북선을 보여주고 조선소를 지을 능력이 있다며 한국의 조선 기술을 의심하는 외국인들을 설득했고, 학력을 묻는 영국의 대출 은행 임원들에게 전날 관광차 들렀던 옥스퍼드대에서 박사를 받았다고 농담을 하며 위기를 넘겼다.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언제나 탁월했다. 웰치 회장과의 팔씨름도 자신의 불리함을 인식하고 판을 완전히 바꿔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낸 아산의 즉흥적 역량이 돋보이는 사례다.
현대와 GE의 합작투자는 어떻게 됐을까. 웰치 회장은 고심 끝에 결국 약속대로 합작투자를 감행하기로 했다. 팔씨름에서 지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GE와 비교했을 때 삼성은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비슷하고 행보가 예측이 가능한 반면, 역시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고 있는 현대는 도대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웰치 회장은 합작투자를 핑계 삼아 현대의 사업 방식을 알아보려는 심산이었다. 그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3호(2013년 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K전략과 싸이의 성공 비결
▼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 무대를 장식한 싸이. 불과 1년 전만해도 그가 이 정도의 ‘월드 스타’로 성장하리라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춤 잘 추고 웃기는 ‘B급 가수’ 정도로 여겨졌던 싸이가 세계적인 가수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와
관련해 언론은 물론 경영학계와 마케팅 전문가 등까지 여러 해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싸이야말로
그가 주장하는 한국식 발전전략인 ‘K전략(K-strategy)’이 물리적 실체로 구현된 케이스라고 말한다.
민첩성(Agility), 벤치마킹(Benchmarking), 융합(Convergence), 전념(Dedication) 등
A-B-C-D 네 요소를 골자로 하는 K전략이 싸이의 성공 요인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소개했다.
영업사원 동기부여 어떻게
▼ Harvard Business Review영업사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할 때는 분기별 성과에 따라 주는 게 좋을까, 1년 단위로 연간 성과보너스를 줘도 상관이 없을까.
영업사원들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할 때에는 최종적으로 이뤄야 할 목표 한 개만 제시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중간 중간
단계적으로 성취해야 할 목표들을 여럿 제시하는 게 효과적일까. 정답은 ‘그때그때 다르다’다. 실적이 부진한 영업사원들에게는
분기별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연간 지급 방식으로 보너스를 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스타 영업사원이나 잠재력 있는 대다수
영업사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든 성과에 별 차이가 없다. 단계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는 건 대다수
영업사원에겐 큰 효과를 보이지만 실적이 부진한 사원이나 스타 영업사원에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영업사원들의 유형별로 어떻게
동기부여를 차별화해야 할지에 대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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