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떠난 ‘제주 식물학계 대부’ 김문홍 제주대 교수
김 교수는 1978년 제주대 전임강사로 부임하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지역 식물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그동안 제주의 자생식물에 대한 연구는 일본인이나 다른 지역 학자가 주도했다. 도외 학자들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시적으로 제주에서 연구 및 채집활동을 하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식물상을 온전히 확인하기는 불가능했다.
김 교수는 다른 지역 학자들이 떠난 시기에도 부지런히 한라산을 오르내리고, 들판과 오름(작은 화산체)을 다니며 자생식물을 찾아내고 분류했다. 1985년 펴낸 제주식물도감은 그 같은 노력의 결정체나 다름없었다. 세계적으로 제주에만 자생하는 ‘제주고사리삼’을 발견해 2001년 학계에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제주고사리삼은 1속(屬) 1종(種)인 희귀식물로 식물학자인 박만규와 제주도의 이름을 따서 ‘만규아 제주엔세(Mankyua chejuense)’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김 교수는 고려대 임학과 출신으로 일본 도쿄(東京)농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년퇴임과 함께 제주대 명예교수로 발령받았다. 그는 제자들로 구성된 정년퇴임준비위원회와 함께 304쪽 분량의 포켓사이즈로 올레코스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정리한 ‘주머니 속 올레식물’을 펴냈다. 28일 제주시 그랜드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