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자산이 40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수준이다. 2010년 7월 300조 원이 된 지 불과 2년 7개월 만이다. 10년 뒤면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발족 25년 만에 일본 공적연금(GPIP),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GPFG)에 이어 곧 세계 3위의 연기금이 된다. 놀라운 약진이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수익률은 7%로 세계 주요 연기금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25년간의 연평균 수익률도 6.69%에 이른다. 채권 비중을 60%대로 낮추고 국내외 주식과 부동산에 적극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의 제1 대주주가 삼성생명에서 곧 국민연금으로 바뀐다. 자본금 중 연금의 지분이 5% 이상인 상장회사만 해도 220여 개다.
국민연금은 노후를 위한 최후의 안전판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연금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업가치 극대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연금이 제 몫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은 툭하면 기금을 건드리려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국민연금 등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으나 당선 후엔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 재원을 충당하려 했다가 큰 반발에 부닥쳤다. 정부 부처들도 국민연금을 수익성이 낮은 공공투융자 사업이나 증시 부양에 동원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 지배구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히 보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2008년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기금운용공사로 만들고, 민간 전문가 7명으로 기금운용위를 구성해 기금 독립성을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수준으로 높이겠다”며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400조 원이나 되는 기금을 비전문가들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정부와 여야가 조속히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절반은 국민연금이 노후 대책의 전부다. 국민연금을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이나 네덜란드 공무원연금처럼 수익성과 안정성이 모두 좋은 연금으로 키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