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40평대 새 아파트를 팔아 30평대 낡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기가 싫었다. 직장이 있는 여의도와 멀어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인 김 씨의 부인은 이사를 가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관철시켰다. 왜 그랬을까.
○ 땅값 비쌀수록 전입 학생 많아
김 씨의 부인은 “남자애들이 사춘기에 친구를 잘못 만나면 한 방에 망할 수 있다. 잘 관리되는 친구들이 중요하다”며 이사를 했다. 흑석동에 계속 살았다면 아들이 다닐 중학교의 시설이 좋은데도.
이사하자마자 김 씨의 부인은 학원을 알아봤다. 아들은 “애들이 하루 종일 학원에 있어. 나도 공부 좀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라더니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요즘 학부모 중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고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이런 생각에 부모의 교육열이 높을수록 잘사는 동네의 학교로 옮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동아일보가 ㈜하늘교육과 함께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한 전국 2996개 중학교의 공시지가와 전입 현황이 잘 보여준다. 공시지가가 높을수록 전입자가 많았다. 비싼 동네에 애들이 몰린다는 이야기다.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전입 대기를 신청한 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특히 남자 중학교로 전입하고 싶어 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 장기적 학맥과 인맥까지 고려
자녀를 전학시키려는 주부들은 ‘개룡남보다 친잘남이 낫다’고 농담 삼아 얘기한다. 개룡남은 개천에서 용으로 거듭난 남자, 친잘남은 친구를 잘 둔 남자. 학교 시설보다 지역 여건이 좋은 학교에 보내는 이유가 ‘인적 네트워크’에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태어난 초등학교 4학년생 4명. 이들은 영어유치원과 사립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다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모두 강남구 개포동과 도곡동으로 이사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들이 원어민 과외, 수학 그룹지도로 묶어놓았다. 사교육을 계속 같이 받다가 이사까지 가까운 동네로 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 대한 선호도, 즉 전입 결정이 학교 자체의 시설이나 교사의 능력보다는 학교 소재지에 좌우된다고 분석한다. 주경식 한국교원대 교수(지리교육과)는 “지가가 높은 곳의 학생이 다양한 경험을 쌓는 등 학력 외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생기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