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출범전 2, 3차례 접촉… 4년 만에 협약 맺을지 주목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7일 “한국노총과 올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대타협을 이루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총과 한국노총이 노사 대타협 협약을 맺는다면 2009년 이후 4년 만이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정기총회 및 한국노사협력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대타협해 일자리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도 이날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총 컨벤션홀에서 열린 정기대의원대회 직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노조법 개정, 고용 안정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뜻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과 문 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 2, 3차례 만나 여러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우선 한국노총이 한 해 투쟁을 준비하는 행사로 삼았던 5월 1일 근로자의 날 마라톤대회를 올해 공동 주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인 20일 경총, 22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총과 한국노총은 실무회의를 열어 고용 안정과 임금인상 자제 등을 뼈대로 하는 대타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통해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복수노조의 창구 단일화 여부도 노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경제단체들은 개별 사업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노조법 개정에 반대해 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 듯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뜻이며, 아직 노사 대타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창규·이성호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