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첫 수석회의, 3분만 전하고 ‘끝’
27일 오전 11시 50분 청와대 춘추관.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오전 10시부터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브리핑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미리 적어 온 원고를 보며 3분 동안 다섯 문장을 읽었다.
△박 대통령이 1시간 10분 동안 회의를 주재했으며 △대통령의 모두발언 후 각 수석비서관이 돌아가며 보고를 했다는 것 △앞으로 주 3회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매일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박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간의 토론 내용에 취재진의 질문이 집중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논의했느냐”, “핵 문제나 과거사 등 현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윤 대변인은 “모두발언에 충분히 반영돼 있어 더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한 기자가 질문을 시작하자 윤 대변인은 “저희가 마이크를 드리겠다”며 말을 가로막았다. 해당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말을 시작하자 다시 막고 “실례지만 어디시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서로가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 (이름과 소속사를 밝히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럽다”고 강조했다. 서서 질문하는 기자에게는 “이왕이면 앉아서 해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점심식사를 빨리 하러 가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서둘러 끝내고 자리를 떴다. 윤 대변인이 나가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답변보다 요구사항이 더 많다’는 푸념이 쏟아졌다.
브리핑은 불과 8분 전인 오전 11시 42분 기자들에게 공지됐다. 전날 “인수위에서는 최소 1시간 전에 공지를 했다. 미리 공지를 드려 브리핑을 놓치는 일이 전혀 없도록 할 것”이라던 윤 대변인의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회의가 오전 11시 10분에 끝났음에도 달랑 다섯 문장에 불과한 브리핑을 작성하는 데 40분이나 걸렸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 취임 후 사흘간 제대로 된 브리핑 없어
박 대통령의 ‘입’인 윤 대변인과 김행 대변인은 취임 후 사흘이 지났지만 한 번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지한 뒤 제대로 브리핑을 한 적이 없다. 필요할 때 기습적으로 기자실을 찾아 준비한 발언을 하고 사라지는 모습이 되풀이된 것.
두 대변인은 취임식이 열린 25일 오후 처음으로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기자들과 인사만 나누고 자리를 떴다.
김 대변인은 이튿날 오후 두 차례 기자실을 찾았다. 정홍원 국무총리 임명장 수여 사실을 알리고 대통령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편법으로 임명됐다는 석간신문 보도에 해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이크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기자들 앞에서 두서없이 준비한 말을 하고 사라졌다. 브리핑이 부실하다는 기자들의 지적에는 “행정관이 한 명도 없다. 사정을 좀 봐달라”고 읍소했다.
그 사이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에 대통령 관련 홍보기준이 조율되지 않아 안보사항인 대통령의 구체적 행사 참여 일정이 보도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2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군 관련 행사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그 행사에 참석하는 일정이 알려져 몇몇 인터넷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뒤늦게 국방부를 통해 보도통제(엠바고)를 요청해 해당 언론사들이 관련 기사를 내리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정부 내에서는 “청와대 홍보의 기본인 대통령 일정 관련 지침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서 벌어진 대형 사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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