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퀘스터 하루 앞두고 ‘시위’… 오바마-베이너 ‘네탓’ 공방버냉키 “경기회복 타격 우려… 양적완화 조기종료 없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이 다음 달 1일부터 자동 삭감되는 ‘시퀘스터(sequester)’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야당인 공화당이 연기 방안에 응하지 않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구금 중인 이민자를 풀어주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공화당이 이에 반발하면서 미 정치권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기보다 장외에서 말싸움을 계속했다.
시퀘스터가 실제 발동되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각종 경제지표들은 호조세를 나타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AP통신과 미국 의회 전문매체인 더 힐 등은 26일 미 당국이 구금 중인 불법 이민자 수백 명을 ‘재정 불확실성’을 이유로 풀어줬다고 보도했다. 예산이 축소되면 한 명당 하루 164달러(약 17만8000원)인 구금 비용마저 아껴야 한다는 논리다.
공화당은 즉각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하면서 이민법 개혁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밥 구들래트 하원 법사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사안(시퀘스터 발동 연기 요구)을 부각시키려고 범죄자를 거리로 석방한다는 사실이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잇단 장외 연설을 통해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 주의 최대 산업단지인 뉴포트뉴스의 군함 조선소를 방문해 “이번 예산 삭감은 잘못된 것으로 현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일어나서는 안 될 자해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해군 예산이 깎이면 관련 노동자들이 무급 휴가를 가야 해 전함을 수리하지 못하고 항공모함도 걸프 만에 배치되지 못한 채 묶여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대통령은 온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은 남녀 병사들을 세금 인상을 위한 선거 운동의 도구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원이 시퀘스터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하원은 먼저 움직이지 않고 버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노동시장이 현재 수준보다 월등하게 개선될 때까지 자산 매입을 계속할 것”이라며 양적완화 조치의 조기 종료설을 일축했다. 그는 또 시퀘스터가 경기 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의회와 행정부는 시퀘스터로 인한 급격한 지출 삭감 대신 재정적자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민간 경제조사단체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9.6으로 전월의 58.4에 비해 11.2포인트 급상승했다. 곧 발표될 지난해 4분기(10∼12월) 미 경제성장률(GDP) 확정치도 0.5% 성장으로 돌아서 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킬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신석호·뉴욕=박현진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