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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문턱 겨우 넘은 헤이글… 코앞엔 국방예산 삭감 절벽

입력 | 2013-02-28 03:00:00

美국방 역대 최소 17표차 인준




26일 상원 인준을 가까스로 통과한 척 헤이글 신임 미국 국방장관이 집무를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퍼플하트 훈장을 두 번이나 받은 미 역사상 첫 사병 출신 국방장관이지만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헤이글 장관을 기다리는 가장 큰 난제는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국방비 삭감 문제. 정치권이 남은 이틀 동안 대타협에 성공하지 못하면 9월까지 총 46억 달러(약 4조9910억 원·전체 예산의 9%)의 국방예산이 자동 삭감된다.

국방부가 민간 직원 80만 명의 일시 휴직과 교육 프로그램 축소, 중동 지역을 지키는 항공모함의 운항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상황에서 헤이글 장관은 즉흥적인 결정을 강요당할 상황이다. 헤이글 장관은 당장 옛 공화당 동료 의원들과 마주앉아 국방 예산을 유지해 달라고 호소해야 하지만 인준 과정에서 극렬한 반감을 드러낸 공화당 의원들이 기회를 주지 않을 태세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존 코닌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은 WP 인터뷰에서 “근대사에서 가장 적은 지지로 국방장관에 취임하게 된 그의 직무 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준 과정에서 필리버스터(의도적인 표결 절차 지연)를 당한 첫 국방장관이며 1947년 이후 인준을 통과한 국방장관 가운데 가장 근소한 표차(17표)를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저지, 중국과 아시아 인접국의 해상 영토 분쟁 가능성 대비 등 국방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상처 입은 오리’ 격이 된 장관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펜타곤 직원들도 적지 않다.

백악관과의 역할 분담도 과제다. 미국기업연구원(AEI)의 국방안보분석가 토머스 도널리 씨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좀 과장해서 말하면 오바마 행정부 들어 백악관이 국가안보 이슈를 틀어쥐고 국방장관은 행사에나 참석하는 사람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상원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헤이글 지명자 인준안을 찬성 58 대 반대 41로 통과시켰다. 한편 상원 재무위원회는 제이컵 루 재무장관 지명자 인준안을 19 대 5로 통과시켰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