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교수 논문서 밝혀
태평양 섬에 강제징용된 한국인… 일제강점기 희귀사진 공개 일제에 의해 태평양 중부 타라와 섬에 강제로 끌려와 노역에 시달리던 한국인 노동자의 모습. 남루한 옷차림의 한국인들이 부상당한 동료들을 옮기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28일 미국 국가기록관리청이 수집한 일제강점기 희귀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영국 국가기록원이 보관하고 있던 항일단체 의열단 관련 기록물도 함께 공개했다. 이 자료는 의열단이 2000여 명으로 구성된 비밀결사체로 일본인 관리 암살이 설립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정준영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을 대상으로 처음 이뤄진 ABO식 혈액형 분류 연구 결과가 1922년 7월 ‘동경의사신지’에 발표됐다. 이 내용이 좀더 보강돼 같은 해 12월 조선의학회잡지에 게재됐다. 요즘과 같은 방식의 혈액형 분류를 일제가 당시 처음 도입한 셈이다.
당시 연구 보고서의 저자는 기리하라(桐原眞一) 경성의학전문학교 외과교실 교수와 그의 제자 백인제(白麟濟·1898∼?)로 적혀 있다. 조사 대상은 조선총독부의원의 외래환자와 직원 등 조선 내 일본인 502명과 조선인 1167명이다.
히르슈펠트는 진화한 민족일수록 A형이 B형보다 많다는 가정 하에 ‘인종계수’라는 수치를 만들었다. A형 인자(A형과 AB형)를 가진 사람 수를 B형 인자(B형과 AB형)를 가진 사람으로 나눈 값이다. 그에 따르면 인종계수는 영국인(4.5) 프랑스인(3.2) 이탈리아인(2.8) 독일인(2.8), 오스트리아인(2.5) 순으로 높은 반면 유색인종과 식민지 거주자에 해당하는 흑인(0.8), 베트남인(0.5), 인도인(0.5) 등은 낮았다. 인종계수가 2.0 이상을 유럽형, 1.3 미만을 아시아-아프리카형, 1.3과 2.0 사이를 중간형으로 분류했다.
정 교수는 “조선인이 일본인에 비해 인종적으로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조선 남부와 일본이 유사하다는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점에서 당시 식민사관과 궤를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조선인에 대한 혈액형 조사는 1926년 경성제대 의학부가 설립된 이후 더욱 활발하게 이뤄졌다. 경성제대 의학부는 1931년부터 4년간 조선인 2만4929명을 대상으로 다시 실시했다. 조선을 북부(0.99) 중부(1.05) 남부(1.25)로 나눠 실시한 이 조사에서도 조선 평균 인종계수는 1.07로 기존의 아시아-아프리카형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혈액형 분류는 일본 민족의 특권적 위상을 당연하다고 정당화하고, 식민 지배를 하는 데 필요했다. 우리가 무심코 따져보는 혈액형 얘기 속에 지독한 식민사관이 감춰져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런 내용의 논문을 대한의사학회(大韓醫史學會)의 학회지인 의사학(醫史學) 최근호에 투고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