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반년만에 밀도축 포착… ‘친구 소’ 보는 데서 숨통 끊는데…
채널A 제공
김 PD는 지난해 여름 ‘죽은 소가 유통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지방의 한 도축장에서 죽은 소를 몰래 가져가 식용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한달음에 내려간 김 PD 일행은 도축장 앞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때는 8월이었지만 김 PD 일행은 에어컨을 가동하기는커녕 문조차 열 수 없었다. 2∼3일간 잠자코 차 안에 있었다. 비가 내려도, 찜통더위가 엄습해도. 에어컨 하나 틀자고 발각의 위험이 있는 시동을 걸 순 없었다. 창문을 열면 모기떼가 밀려들어왔다. “왜 (취재) 아이템은 여름에 많은지….”
전국의 농가 70여 곳에 전화를 돌렸다. “그런 소를 전문적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 전화벨은 반년이 지나도록 울리지 않았다. 찜통더위가 잊히고 영하 10도의 맹추위가 엄습한 겨울날에야 올 것이 왔다. “주저앉는 소, 밀도축을 한답니다.”
김 PD 일행은 현장으로 급히 내려가 ‘업자’를 만났다. 그가 “내일 도축할 녀석”이라며 먼저 보여준 ‘앉은뱅이 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업자는 “이런 걸 뭣 하러 보려고 하느냐”며 도축 장소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 다음 날 오전 6시부터 전화로 업자를 찾았다. “분명 만나기로 해 놓고선 이 사람이….” 겨우 연결된 업자는 이미 축사에 도착해 있었다. 다행히 제작진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주저앉는 소는 마리당 단돈 30만 원에 거래됩니다. 유통업자 입장에서 확 당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업자분이 그러더라고요. ‘갈비만 팔아도 30만 원 넘게 뽑을 수 있다’고.”
현장은 농가의 축사 한쪽이었다. 김 PD는 밀도축 장면을 끝까지 지켜봤다. “정식 도축장이 아니니 전통 방식대로 망치와 도끼를 썼죠. 여러 번 가격해 소의 숨줄을 끊었어요. 도축 직전 소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어요. 특히 평생 사람을 위해 우유를 공급한 뒤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처참한 최후를 맞은 젖소의 눈망울은 더욱 슬펐어요. 살아있는 친구 소들도 도축 장면을 보고 있었고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고기를 먹어야 하나.’”
“그걸 이 두 눈으로 보고서도 먹고 있는 제가 사실은 가장 잔인한 사람 아닐까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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