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연재됐던 ‘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는 오늘부터 ‘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으로 바뀝니다. 》
자동차 전시매장에 신혼부부가 들어섰다. 공교롭게도 선배들이 자리를 비운 상황. 신입 직원이 응대에 나섰다. 직원은 남편의 관심 모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어떤 신기술이 적용되었으며 경쟁 차종보다 얼마나 뛰어난지.
그러나 직원은 첫 판매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누구를 설득해야 할지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직장인이고 아내는 전업주부라면, 그가 팔아야 할 자동차는 ‘집 차’, 사실상 ‘아내의 차’다. 직장인 대부분은 회사의 주차 공간 부족 때문에 승용차로 출근하지 못한다.
시장은 ‘여자들의 마음’을 동력으로 움직인다. 먹을거리부터 아이들 교육, 가구 인테리어, 심지어는 부동산까지. 여자들이 선호하면 유행이 되고, 여자들이 몰리면 가치가 오른다.
아무리 ‘집안 유일의 권력자’를 자처하는 마초라도 베갯머리송사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한 번 고집을 부렸다가 귀에서 고름이 나올 때까지 시달리고 나면 최종 선택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절감하게 된다.
남자들의 전유물이라던 자동차마저 그렇게 되었다. 몇 마력에 토크가 얼마인지, 엔진이 어떤 방식인지는 남자들에게나 중요한 정보다. 여자들에게 호소력 있는 것은 제품에 얽힌 ‘스토리’다. 이를테면 그 자동차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여자들은 과거엔 ‘쓰는 사람’이었지만 이제 ‘버는 사람’으로 변신해 ‘파는 사람’으로부터 ‘기획하는 사람’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도 증가 추세다.
이제부턴 여자의 마음을 아는 자가 살아남는다. 그런데 우리 남자들은 여자를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사업이나 직장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집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입김이 날로 세지는 어머니와 아내, 장모 같은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여자들의 속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지, 오리무중인 여자들의 속마음 말이다.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이 천재 과학자 스티븐 호킹에게 물었다. “당신이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가요?” 호킹이 두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여자들이오.”
신의 피조물 가운데 가장 복잡하다는 여자의 마음. 그런데 여자들은 말한다. “이 간단한 것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