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마크 엘리엇 지음·윤철희 옮김/616쪽·2만5000원 민음인◇거장의 숨결 클린트 이스트우드로버트 카프시스 등 엮음/김현우 옮김/504쪽·1만8000원 마음산책
동아일보DB
‘이스트우드 인생극장’의 클라이맥스는 아마도 2004년 2월일 것이다. 그가 제작, 감독, 주연을 맡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탔다. 그의 나이 74세였다. 1992년 제작, 연출, 주연을 한 ‘용서받지 못한 자’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탔을 땐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1968년 제작사 ‘말파소’를 설립해 만든 영화들이 그리 수준 높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으니까….
193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자마자 그는 직업이 없는 아버지를 따라 캘리포니아 주를 떠돌았다. 고교를 졸업하고 벌목장, 제지공장, 철공소에서 일하다 군 제대 후 간신히 대학(로스앤젤레스 시티 칼리지)에 들어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주급 75달러(약 8만 원) 단역배우로 근근이 지내다가 10년 만에 ‘황야의 무법자’에 출연했다.
밑바닥 인생에서 스타로, 다시 최고의 감독으로 쉬지 않고 계단을 밟아왔다. 배우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가 이뤄낸 성숙과 정신적 고양을 목격하는 것은 이 책에 기꺼이 돈을 지불해도 좋을 이유다.
이스트우드는 지금도 영화의 길에서 쉬지 않는다. 2011년 연출한 ‘히어애프터’에 대해 뉴스위크는 “이스트우드 최고의 걸작”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국내 개봉한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의 연기에 대해서도 찬사가 쏟아졌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뚜벅뚜벅 인생의 또 다른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무릎을 꺾는 혹평과 주위의 만류에도 감독으로 우뚝 선 이스트우드. 그는 다른 스타들이 빠져들었던 마약, 음주, 도박의 유혹을 이겨내고 인생의 최고점을 쐈다. 총잡이의 명중 비결을 들어보자.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