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줄여서 궈치·國企로 부른다)들은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독점, 부패, 비효율 등 쏟아지는 많은 비판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굴기(굴起·우뚝 일어섬)하고 민영화를 추진할 때 궈치는 옛 소련식의 급격한 국유자산 붕괴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1년 1월 출판된 ‘양치전샹(央企眞相)’은 궈치 가운데 특히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중앙 국유기업(양치·央企)을 다룬 드문 책이다. ‘전샹’이면 나쁜 것을 파헤치는 어감이지만 오히려 이 책은 궈치를 적극 변호하고 있다.
1978년 닻을 올린 개혁개방으로 궈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는 그다지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다. 1993년 ‘국영기업’은 ‘국유기업’으로 명칭이 바뀐다. 이름을 바꿔 명확하게 국가 소유의 기업임을 규정한 것이다.
중앙정부는 궈치를 이리저리 가르기도, 합치기도 하면서 조정을 해왔다. 2003년 중앙정부 산하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설립되고 궈치 중에서도 국자위에 속하는 기업만을 따로 양치로 부르기 시작한다.
국자위의 관리와 적극적인 지원 아래 양치는 ‘더 크고 더 강하게’란 기치를 들고 집약화와 대형화를 추구한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중국석유화공(시노펙)과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를 포함해 79개에 이르렀다. 이 중 74개가 모두 양치다.
이렇게 중국 산업화를 이끌고 있지만 국민의 시선은 점점 차갑다. 많은 중국인이 양치를 두고 오만하고 비효율적이며 독점으로 폭리를 취하면서도 경쟁력은 없고 분배도 공평치 못하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을 뜨겁게 달궈온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은 발전하고 민간기업은 후퇴)’ 논쟁에 대해 국유기업이나 민간기업은 모두 ‘중국의 기업’이라고 주장한다. 국유기업을 홀대하다가는 ‘국퇴양진(國退洋進·중국 기업은 후퇴하고 외국 기업은 발전)’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런 논리는 저자 자신이 철강공장 공장장 출신이자 중국 스유(石油)보 사장으로 궈치에 가까운 탓도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외국 전문가들이 궈치 개혁을 중국이 당면한 최대의 개혁 과제로 꼽고 있는 상황이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가 넘는 궈치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저자가 집필 동기에서 밝혔듯 그동안 단 2권만이 궈치를 다뤘다고 한다. 이 책은 궈치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궈치에 집중되고 있는 비판에 대해 설득력 있게 반박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