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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정부조직법 잘 처리를”… 문희상 위원장 “재량권 주면 해결”

입력 | 2013-03-02 03:00:00

■ 3·1절 기념식장서 간이 회동




꽉 막혀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여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민주통합당과 여전히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비공개 접촉을 벌이며 타협점 모색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1일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하며 여야 타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 여권, 여야 영수회담 추진

여권 핵심 관계자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말(3일)까지 여야 합의가 안 될 경우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나는 영수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멤버가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 제안한 ‘국가지도자연석회의’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일을 넘길 경우 국정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민주당에 대타협의 명분을 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영수회담 추진과 관련해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현주 대변인은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 박 대통령, “잘 좀 처리해 달라” 당부

새 정부의 ‘반쪽 출범’ 닷새째를 맞은 박 대통령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행사장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간이 회동을 갖고 “여기에 문 위원장도 계시니 (정부조직법을) 잘 좀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개편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다는 취지로 말하자 문 위원장은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이고 그렇게(여야 간 책임 있는 논의 과정을 거쳐)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이 전했다. 문 위원장은 또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재량권을 주시면 금방 해결된다. 바로 오늘이라도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날 정부조직법을 처리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자 ‘읍소’ 전략을 구사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에 다소 예를 갖추지 못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 나갈 테니 화끈하게 한 번 도와달라”며 “애국심에 찬 큰 결단을 한 번 꼭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5일 끝나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기를 여야에 간곡하게 호소드린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을 온전하게 가동할 수 없어 손발이 다 묶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조직 개편의 장기 표류에 따른 국정 공백이 가시화되면서 청와대의 정치력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자 야당을 압박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쟁점이 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진흥정책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원안대로 고수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쟁점이 되는 미래부는 새 정부조직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민주당 주장대로 하면 사실상 미래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분명히 한 것.

○ 민주, “누가 손발을 묶었느냐” 펄쩍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의 호소와 관련해 “정부조직 출범이 국회와 야당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은 적반하장이자 어불성설”이라며 “야당과 국회를 빼내야 할 ‘손톱 밑 가시’로 생각하는 잘못된 행태”라고 강력 반발했다. 윤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누가 손발을 묶었느냐”며 “일점일획도 고치지 않고 원안을 사수하는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정치’ 때문에 국회 협상이 공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상 당사자인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브리핑에서 “3·1절에 야당에 항복 선언을 하라는 식으로 나온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편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임시국회가 5일 폐회되면 야당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주말을 기점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성호·장원재 기자 sungho@donga.com